[골프] 프로는 본 대로 볼이 가는데 왜 나는 엉뚱한 데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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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아무 이유없이 잘 안되는' 운동
"왜 이렇게 어려운가." "볼링이나 탁구 테니스 등은 입문 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수준급에 오르는데 골프는 도무지 진전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마추어.프로 골퍼 할것없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다.클럽을 잡은 지 10년이 됐는데도 '90타 벽'을 깨기 힘든 것이 골프다.
연습을 소홀히 하거나,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스코어는 금세 세 자릿수가 돼버린다.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골프의 마력'인지 모르나,그 어렵다는 골프의 속을 한번 들여다보자.
왜 빨리 안 느는가
골프처럼 들인 노력에 비해 향상이 안 되는 스포츠도 없다고 한다.
그 해석은 분분하다.골프는 본능과는 반대로 가야 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설,매번 다른 상황에서 다른 클럽으로 샷을 해야 한다는 설,수평과 수직의 스윙운동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설,각기 다른 14개의 클럽을 사용해야 한다는 설,기량과 마인드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설,그린까지는 볼을 띄우고 그린에서는 굴려야 하는 다양성 때문이라는 설….어쩌면 이 모두가 골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일지도 모른다.
그런가하면,입문한 지 1년이 안 됐는데도 '한 자릿수 핸디캡' 스코어를 내는 골퍼도 있다.
웬 불평등인가.
그러나 해답은 있다.
빨리 느는 것이 당면목표라면 입문 때부터 기초를 튼튼히 하면 된다.
눈 딱 감고 연습장에서 레슨코치의 지도를 적어도 3∼6개월 받은 뒤 필드에 나가라.구력이 5년,10년 된 골퍼라면 지금 당장 레슨코치에게 달려가 기초부터 다시 배우면 된다.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말이다.
그것만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스코어를 향상하는 길이다.
왜 잘 치려고 할수록 안 되는가
기다리던 날이 왔다.
오늘은 회사 동료 20여명이 모여 기량을 뽐내는 날.상사나 VIP고객과 라운드하는 날도 마찬가지다.
이날을 위해 최근 연습장에도 충실히 다녔고,지난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 만큼 컨디션도 최상이다.
매홀 '파 행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첫 홀 첫 샷이 왼쪽으로 150m 나가는 데 그친다.
첫 홀부터 '더블 보기'.결국 그날 제 스코어보다 5∼10타를 더 쳐 톡톡히 망신을 당한다.
왜 그럴까.
골프는 긴장,욕심,의식,지나친 아드레날린과는 반대로 가는 운동이다.
잘 치려고 하니 힘이 들어가고,그러면 근육이 긴장하게 돼 제 스윙,제 샷이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라운드,잘 쳐야 되는 날일수록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날따라 '특별한 일'을 하려 하지 말고,평상시의 마음가짐으로,평소 스코어를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는 데는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왜 '파'가 어려운가
연습을 충실히 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골퍼가 라운드 전날 밤 천장을 보며 생각한다.
"내일 파4인 첫 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고,어프로치샷을 그린에 올린 다음,2퍼트로 가볍게 파를 잡는다.
어프로치샷이 붙으면 버디도 가능하다.
그 다음 파5홀도 드라이버-스푼-쇼트아이언으로 파온을 한 뒤 또 파를 잡는다.
뭐,그런 식으로 하면 18홀 전체에서 파를 잡는 것도 어렵지 않겠네." 그런 상상은 다음날 첫 샷을 하는 순간 확 깨져버린다.
첫 홀에서 파온은커녕 3온 끝에 가까스로 '보기'를 한다.
첫 홀부터 전날의 예측은 빗나가고,파는 고사하고 보기를 하는 데도 급급하다.
골프 스코어는 이론이나 상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골프 샷은 근육 움직임,마음 자세,날씨,라이,주위 환경,클럽 선택 등 수많은 변수가 일치됐을 때 비로소 마음먹은 대로 구사된다.
파4홀에서 세 번 잘 못 치고도 한 번 잘 쳐서 파를 잡을 수도 있으나,네 번의 샷을 하는 동안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파에 더 다가서는 길이다.
왜 볼은 친 대로 안 가는가
"프로는 본대로 볼이 가고,아마추어는 걱정한 대로 볼이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본 대로,친 대로 볼이 간다면 골프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똑바로 보고 쳤는데 왼쪽으로 오른쪽으로,하늘로 땅으로 가고 만다.
'20세기 최고의 골퍼' 잭 니클로스조차 "한 라운드에 마음먹은 대로 간 샷은 너댓 차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30m 앞의 목표를 향해 볼을 손으로 던진다면 혹 똑바로 갈 수 있겠다.
그러나 골프는 '클럽'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놓여 있는 장소가 일정하지 않은 자그마한 볼을 치는 운동이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매번 클럽의 중심에 볼을 맞힐 수 없게 돼 있는 것.니클로스는 "일관되게 스트레이트볼을 치는 것이 골프에서 가장 어렵다"고도 했다.
아마추어들은 친 대로 볼이 안 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인지 모른다.
목표 지점에서 좌우,전후로 10m를 벗어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을까.
왜 하룻새 15타 차이가 나는가
김희정 프로는 2000년 오크밸리GC에서 열린 KLPGA선수권대회 첫날 63타를 친 뒤 둘째날에는 80타를 쳤다.
하루 새 스코어 차이가 17타에 달했다.
프로가 그런데,아마추어들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시거나 잠을 설친 것도,야근을 한 것도 아니다.
컨디션은 '전과 동'인데 스코어는 하루 새 10타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도 좋아지는 쪽이 아니라,나빠지는 쪽이다.
예컨대 전 라운드에서 85타를 쳤는데,이번 라운드에서 100타를 넘기는 것이다.
그것이 골프다.
'아무 이유없이 안 되는 것'이 바로 골프의 한 속성이다.
현명한 골퍼들은 스코어 편차를 줄이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고,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플레이가 안 될 땐 보수적인 게임 매니지먼트를 한다.
짧은 홀이라고 해 얕보지 않고 60cm 오르막 퍼트라도 '뗑그렁' 소리가 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골프가 잘 안 된다 싶을 땐 '매홀 보기를 목표로 하고 실수를 최소화하자'고 다잡는 것이 몰락을 막는 길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왜 이렇게 어려운가." "볼링이나 탁구 테니스 등은 입문 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수준급에 오르는데 골프는 도무지 진전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마추어.프로 골퍼 할것없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다.클럽을 잡은 지 10년이 됐는데도 '90타 벽'을 깨기 힘든 것이 골프다.
연습을 소홀히 하거나,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스코어는 금세 세 자릿수가 돼버린다.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골프의 마력'인지 모르나,그 어렵다는 골프의 속을 한번 들여다보자.
왜 빨리 안 느는가
골프처럼 들인 노력에 비해 향상이 안 되는 스포츠도 없다고 한다.
그 해석은 분분하다.골프는 본능과는 반대로 가야 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설,매번 다른 상황에서 다른 클럽으로 샷을 해야 한다는 설,수평과 수직의 스윙운동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설,각기 다른 14개의 클럽을 사용해야 한다는 설,기량과 마인드를 함께 갖춰야 한다는 설,그린까지는 볼을 띄우고 그린에서는 굴려야 하는 다양성 때문이라는 설….어쩌면 이 모두가 골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일지도 모른다.
그런가하면,입문한 지 1년이 안 됐는데도 '한 자릿수 핸디캡' 스코어를 내는 골퍼도 있다.
웬 불평등인가.
그러나 해답은 있다.
빨리 느는 것이 당면목표라면 입문 때부터 기초를 튼튼히 하면 된다.
눈 딱 감고 연습장에서 레슨코치의 지도를 적어도 3∼6개월 받은 뒤 필드에 나가라.구력이 5년,10년 된 골퍼라면 지금 당장 레슨코치에게 달려가 기초부터 다시 배우면 된다.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말이다.
그것만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스코어를 향상하는 길이다.
왜 잘 치려고 할수록 안 되는가
기다리던 날이 왔다.
오늘은 회사 동료 20여명이 모여 기량을 뽐내는 날.상사나 VIP고객과 라운드하는 날도 마찬가지다.
이날을 위해 최근 연습장에도 충실히 다녔고,지난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 만큼 컨디션도 최상이다.
매홀 '파 행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첫 홀 첫 샷이 왼쪽으로 150m 나가는 데 그친다.
첫 홀부터 '더블 보기'.결국 그날 제 스코어보다 5∼10타를 더 쳐 톡톡히 망신을 당한다.
왜 그럴까.
골프는 긴장,욕심,의식,지나친 아드레날린과는 반대로 가는 운동이다.
잘 치려고 하니 힘이 들어가고,그러면 근육이 긴장하게 돼 제 스윙,제 샷이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라운드,잘 쳐야 되는 날일수록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날따라 '특별한 일'을 하려 하지 말고,평상시의 마음가짐으로,평소 스코어를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는 데는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왜 '파'가 어려운가
연습을 충실히 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골퍼가 라운드 전날 밤 천장을 보며 생각한다.
"내일 파4인 첫 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고,어프로치샷을 그린에 올린 다음,2퍼트로 가볍게 파를 잡는다.
어프로치샷이 붙으면 버디도 가능하다.
그 다음 파5홀도 드라이버-스푼-쇼트아이언으로 파온을 한 뒤 또 파를 잡는다.
뭐,그런 식으로 하면 18홀 전체에서 파를 잡는 것도 어렵지 않겠네." 그런 상상은 다음날 첫 샷을 하는 순간 확 깨져버린다.
첫 홀에서 파온은커녕 3온 끝에 가까스로 '보기'를 한다.
첫 홀부터 전날의 예측은 빗나가고,파는 고사하고 보기를 하는 데도 급급하다.
골프 스코어는 이론이나 상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골프 샷은 근육 움직임,마음 자세,날씨,라이,주위 환경,클럽 선택 등 수많은 변수가 일치됐을 때 비로소 마음먹은 대로 구사된다.
파4홀에서 세 번 잘 못 치고도 한 번 잘 쳐서 파를 잡을 수도 있으나,네 번의 샷을 하는 동안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파에 더 다가서는 길이다.
왜 볼은 친 대로 안 가는가
"프로는 본대로 볼이 가고,아마추어는 걱정한 대로 볼이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본 대로,친 대로 볼이 간다면 골프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똑바로 보고 쳤는데 왼쪽으로 오른쪽으로,하늘로 땅으로 가고 만다.
'20세기 최고의 골퍼' 잭 니클로스조차 "한 라운드에 마음먹은 대로 간 샷은 너댓 차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30m 앞의 목표를 향해 볼을 손으로 던진다면 혹 똑바로 갈 수 있겠다.
그러나 골프는 '클럽'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놓여 있는 장소가 일정하지 않은 자그마한 볼을 치는 운동이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매번 클럽의 중심에 볼을 맞힐 수 없게 돼 있는 것.니클로스는 "일관되게 스트레이트볼을 치는 것이 골프에서 가장 어렵다"고도 했다.
아마추어들은 친 대로 볼이 안 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인지 모른다.
목표 지점에서 좌우,전후로 10m를 벗어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을까.
왜 하룻새 15타 차이가 나는가
김희정 프로는 2000년 오크밸리GC에서 열린 KLPGA선수권대회 첫날 63타를 친 뒤 둘째날에는 80타를 쳤다.
하루 새 스코어 차이가 17타에 달했다.
프로가 그런데,아마추어들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시거나 잠을 설친 것도,야근을 한 것도 아니다.
컨디션은 '전과 동'인데 스코어는 하루 새 10타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도 좋아지는 쪽이 아니라,나빠지는 쪽이다.
예컨대 전 라운드에서 85타를 쳤는데,이번 라운드에서 100타를 넘기는 것이다.
그것이 골프다.
'아무 이유없이 안 되는 것'이 바로 골프의 한 속성이다.
현명한 골퍼들은 스코어 편차를 줄이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고,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플레이가 안 될 땐 보수적인 게임 매니지먼트를 한다.
짧은 홀이라고 해 얕보지 않고 60cm 오르막 퍼트라도 '뗑그렁' 소리가 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골프가 잘 안 된다 싶을 땐 '매홀 보기를 목표로 하고 실수를 최소화하자'고 다잡는 것이 몰락을 막는 길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