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시장 휩쓰는 '카르멘'

'카르멘'이 국내 오페라 시장을 휩쓸고 있다.

올 들어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 것만 11차례에 이르고 유료객석 점유율도 80%를 웃돌고 있다.전회 연속 매진기록까지 나왔다.

올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카르멘' 공연(갈라콘서트 포함) 횟수는 지난해의 세 배나 된다.

그런데도 공연장마다 관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지난 14~17일 '카르멘'을 공연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나흘간 전석매진 행진으로 5억3000만원의 관람료 수익을 올렸다.

지난 9월 고양아람누리극장이 개관기념작으로 올린 러시아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의 오페라 '카르멘'도 사흘 연속 객석점유율 85%를 기록했다.

오페라 공연제작사인 문화뱅크는 아예 '카르멘'에 나오는 곡들만 모아 두 번이나 콘서트를 열었고 오는 24일에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콘서트 오페라 형식의 '카르멘'을 다시 공연하기로 했다.공연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열정적인 여주인공의 캐릭터와 파워풀한 구성이 요즘의 사회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알파걸'이 등장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주체적인 맹렬 여성상을 '카르멘'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아람누리극장의 유진숙 마케팅 담당은 "'카르멘'의 경우 사랑,질투,열정 등 현대적인 감각코드도 많아 오페라단들이 앞다퉈 무대에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대중적인 아리아가 많이 들어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카르멘' 중 '꽃노래''하바네라''투우사의 노래'는 각종 스포츠ㆍ국가 행사 등의 단골 레퍼토리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이승진 공연 기획담당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도 '카르멘'만큼 인기있는 작품이지만 '축배의 노래'를 제외하고는 익숙한 곡이 별로 없다"며 "그런 점에서 '카르멘'은 대중에게 가장 친근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달 '해설과 함께하는 국립오페라단' 프로그램에 '카르멘'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노래가 많은 '카르멘'이 제격"이라며 "2회 공연 모두 유료관객이 90%를 넘었다"고 말했다.

신생 공연제작사들도 '카르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작품의 '갈라콘서트'를 앞세워야 하기 때문이다.문화뱅크의 곽동현 마케팅 담당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카르멘'을 주제로 한 공연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연 주체마다 어떻게 차별화하느냐에 따라 흥행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