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 맞은 도요타자동차] "친환경車가 업계 승부 가를 것"

조 후지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은 "앞으로 친환경차량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올해 도요타 창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20일 나고야 본사에서 한국기자들과 첫 공식 간담회를 갖고 "환경친화적 차량을 어떻게 빨리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자동차업계의)승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지구온난화와 유례없는 고유가 상황에서는 환경기술 개발이 자동차회사 경영의 중점항목이 될 것"이라며 "도요타는 연간 9000억엔의 개발비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환경기술 개발을 위해 쏟아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차가 친환경차로 선택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카(휘발유.전기 혼용차)와 전기차,연료전지차,수소차 등에 모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캠리 코롤라 등 도요타 브랜드의 한국 진출에 대해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필요성이 있으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이와 관련,치기라 타이조 한국도요타 사장은 "내년 중 도요타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르면 2009년부터 도요타 브랜드가 한국에 상륙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도요타가 오랫동안 상생의 노사관계를 유지해온 비결로 근로자 존중 정신과 높은 수익성을 꼽았다.그는 "1950년대 노사 간 극한 대립으로 회사가 망할 뻔한 적이 있다"며 "당시 2000여명의 근로자들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고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 사장도 대량해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노사 모두 교훈을 얻게 돼 그 이후로는 큰 분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오쿠다 히로시 사장으로부터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사장도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경영진은 직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늘 생각해야 하고 성과가 생기면 반드시 근로자들에게 보답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미국 유럽 한국 등 전 세계 시장에서 가능한 한 고객의 요구에 맞춘 차량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현지 맞춤형 차량을 출시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는 얘기다.

그는 도요타의 준중형 승용차인 코롤라를 예로 들었다.

조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도요타 차량인 코롤라의 경우 유럽 태국 일본 등에서 사양이 조금씩 다르다"며 "현지 고객의 입맛에 맞춰 사양을 바꾸다보니 이름이 같은 코롤라 차량이 13종류나 있다"고 소개했다.

조 회장은 고유가 때문에 해마다 강도 높은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원가절감에 대해서는 지난 50년간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매년 1000억원가량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름값이 너무 치솟아 이 같은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협력업체도 도요타 방식을 배워 낭비를 줄이도록 해 많은 성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차량을 가볍게 해 연비를 개선시키기 위해 여러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값이 싸면서도 가벼운 차를 만들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공정을 하나씩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현대자동차를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하면서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차종도 다양해졌고 매력적인 차도 많아졌다"며 "현대차가 값이 싸면서 품질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미국 등에서 도요타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캐나다 진출의 실패와 뒤이은 미국에서의 성공사례를 들며 현대차의 눈부신 성장속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0여년 전 현대차는 캐나다에 진출해 눈깜짝할 사이에 굉장히 많은 차를 팔았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아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그로부터 10여년 뒤 다시 미국에 진출했는데 이번에는 값이 싸면서 품질까지 좋다는 호평을 받으며 도요타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가 생산하는 차종이 다양해진 데다 매력적인 차량들도 많아져 미국 유럽 미국 중국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근로자를 존중하는 문화를 가져야 노사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으며,현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차량을 개발해야 판매를 늘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현대차가 일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조 회장은 "도요타가 유럽이나 미국에 진출할 때 싸고 작은 차부터 시작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중대형차급으로 올라왔다"며 "현대차가 같은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은 값싼 차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나고야=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