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알짜 코스닥社 사냥

대기업들이 알짜 코스닥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2000년 이후 진행된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기업 매각(오픈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프라이빗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튼튼해진 재무구조와 쌓아놓은 현금을 기반으로 콘텐츠 업체는 물론 제조 업체까지 인수하고 있다.


◆코스닥 알짜 제조업체 M&A 러시올 상반기 주춤했던 대기업의 코스닥 기업 인수가 최근 연이어 성사되고 있다.

주목받는 그룹은 SK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연일 코스닥 기업 인수를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SK네트웍스가 패션 전문기업 오브제를 5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30일엔 SKC가 반도체장비용 세라믹 부품업체 솔믹스를 287억원에 사들였다.SK텔레콤은 코스닥 스타종목인 하나로텔레콤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보광그룹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9월과 10월 각각 유비프리시젼과 코아로직 경영권을 확보했다.

유비프리시젼은 액정표시장치(LCD) 후공정 검사장비 업체이며 코아로직은 반도체설계 부문의 선두업체다.올 하반기 대기업들이 접수한 코스닥 기업은 하나로텔레콤의 경우를 제외하면 한결같이 우량 제조업체라는 점이 주목된다.

2005년과 2006년 SK텔레콤과 KT 등 통신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보강용 M&A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관심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기업 전략 담당 임원은 "대기업들이 최근 신수종사업을 찾기 위한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담당 상무도 "성장동력에 목마른 대기업들의 M&A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외환위기 이후 현금성자산을 늘리며 보수적인 경영을 고수해온 대기업들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10대 그룹의 현금성자산은 30조323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65% 증가했다.

◆시너지 효과 따져봐야

대기업들의 잇단 인수 행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대기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코스닥 기업을 인수해 양측 모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상무는 "미국에서는 대기업에 회사를 판 대주주가 떠나지 않고 전문경영인으로 탈바꿈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며 "그동안 머니게임으로 얼룩졌던 국내 M&A도 미국과 같은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브제의 기존 대주주인 강진영 사장은 매각과 함께 SK네트웍스에 영입됐다.

솔믹스 대주주는 SKC에 지분을 직접 넘기지 않고 제3자 배정방식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해 경영권을 넘겼다.

성공적인 대기업의 코스닥 인수 사례로는 2005년 말 동양제철화학의 전자소재 업체 소디프신소재 인수가 꼽힌다.

양측은 폴리실리콘 분야까지 진출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소디프신소재 주가도 2년간 2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대기업이 인수했다고 만능은 아니다.

동국제강이 2005년 6월 인수한 DK유아이엘은 휴대폰 산업 침체로 고전하다가 최근에야 회복세를 타고 있다.

주가는 피인수 당시보다 70% 이상 급락했다.

SK텔레콤이 인수한 IHQ도 지난해 4월 피인수 때보다 63% 떨어진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KT&G도 영진약품을 인수했지만 이렇다할 시너지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대기업이 코스닥 M&A에 나서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