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문화街] 미국엔 '대선뮤지컬'이 있다고?

할리우드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데이브''에어포스 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극중 주연 캐릭터가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대통령은 전투기를 직접 조종하며 지구 방위에 나서는가 하면 '에어포스원'에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용기를 납치한 테러범에 맞서 싸우는 특수부대출신 람보 스타일의 대통령으로 그려지기도 한다.하지만 '데이브'에서는 정반대로 사적이고도 은밀한 사생활을 즐기기 위해 자신과 꼭 닮은 일반인을 공개 석상에서 대리로 내세우기도 하는 일반인보다 더 일반인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이자,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지만 그 역시 자연인으로서의 정치인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람보형 대통령은 군부 출신의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며 군사대국으로의 확장과 세계경찰을 자임하는 현실 속의 미국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보수주의자의 보이지 않는 환대를 받았지만,진보주의자들로부터는 비아냥을 받아야했다.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영화가 공중파로 방송되면 이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가 있다느나 하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그렇다면 뮤지컬 무대와 대통령 캐릭터,혹은 대선과의 관계는 어떨까?

사실 대통령제의 역사가 깊은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뮤지컬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해왔다.경제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조국 찬가'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한 후보가 자신의 모토를 '사랑'으로 설정하고 '미스 백악관 선발대회'를 개최해 뽑힌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정치풍자극이다.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어 뮤지컬로는 최초로 드라마 부문 퓰리처상까지 받기도 했다.이 작품은 클린턴의 선거운동 시절 워싱턴 DC에서 가진 민주당 후원으로 특별 공연이 열리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할리우드나 브로드웨이의 예술가 그룹이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극중 낭만적이며 예술을 좋아하는 대선후보의 캐릭터가 민주당에 어필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대 미국 대선이 있을 때마다 정치권에서 가장 선호하는 곡은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박사가 부르는 주제가 격인 '지금 이 순간'이다.

가사 중 '나는 신과 함께 영원히 기도하리!'라는 구절은 기독교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민의 입맛에 딱 맞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곡 전체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전형적인 애국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어 미디어와 정치가들이 좋아한다.

이 곡은 1996년 한 해에만 애틀랜타 올림픽과 미스 아메리카 중계방송,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모두 주제가로 쓰였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뮤지컬이 대선과 관련해 화제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대신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문화예술인들의 선언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