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대적 경기부양 나선다

"모든 대안 검토" … 감세ㆍ금리인하 관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에서도 경기 부양 대책이 적극 논의되는 등 '경제를 살리라'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부양 위해 모든 대안 검토 중"

부시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진작을 위한 부양책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모든 대안(all options)'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부시 대통령은 또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듣고 있다"며 "(경제 관련 관리들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은 물론 가능한 대응책까지 청취하는 등 신중히 대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는 28일 국정 연설까지는 부양책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고유가 및 주택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고,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은 좋다'며 비교적 미국 경제를 낙관해왔다.하지만 미 경제의 핵심 축인 소비가 위축되고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제조업마저 불안 징후가 뚜렷해지자 경기침체를 예방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구매관리자협회(ISM)의 지난해 12월 제조업지수는 전월 대비 3.1포인트 하락한 47.7을 기록하며 6개월 연속 하강곡선을 그렸다.

이 수치는 전문가들의 예상치(50.5)를 크게 밑돌 뿐 아니라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제조업 경기 악화는 '고용 불안-소비 위축-경기침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감세.추가 금리인하 등 포함될 듯

부양책에는 감세와 금리인하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부시 대통령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세금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한 것도 '추가 감세'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연말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미 의회에서도 경기 부양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추가 금리인하도 관심사다.

물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부시 행정부와 독립적으로 금리 결정을 하고 있지만 부시가 강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일 경우 추가 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상황 분석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경기 부양을 위해 FRB가 공동보조를 취해 달라는 주문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헨리 폴슨 재무장관,버냉키 FRB 의장,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시장 실무그룹회의를 주재한다.

부시 대통령이 금융시장 실무그룹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회의가 끝난 뒤에는 언론 회견도 갖는다.이는 고용과 산업지표 등이 일제히 악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