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려공사삼일

裵 成 基 <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skbae@kpc.or.kr >

2008년 새해,벌써 한 주가 지났다.이때쯤이면 작심삼일이란 말을 실감하는 이가 제법 있을 법하다.새로운 결심을 한 후 하루 이틀 정도는 잘 버티다 이내 자기와의 싸움에서 지고만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속담도 생겼다.

처음엔 잘하다 조금 지난 후에는 흐지부지한다는 말이다.특히 해가 바뀔 때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마음 자세를 가다듬는 이들이 많다.

책읽기,운동,자격증 취득,절주 등.그 가운데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를 꼽는다면 단연코 '금연'이리라.습관은 '성공한 자의 하인이자 실패한 자의 주인'이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담배와 함께 보낸 필자에게는 뼛속까지 와닿는 말이다.필자는 5년 전 담배를 끊었다.

물론 담배를 끊기 전에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금연을 결심했다.하지만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곤 했다.금연을 결심하고 나면 담배 피울 핑계가 왜 그리도 많아지는지….담배를 끊겠다는 의지 자체가 스트레스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더 나쁜 것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하면 흡연량이 과거보다 더 는다는 점이다.주변의 여러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목표를 성취로 이끈 대표적 요인은 습관이다.

흡연이 습관이듯 금연 또한 습관이다.나쁜 습관은 끊기 어렵지만 일단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면 그 관성에 의해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중요한 것은 습관이 생각과 마음가짐을 토대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작심삼일에 봉착하는 것도 곰곰 생각해보면 '작심'에서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세운 목표는 약한 바람에도 무너진다.

'작심'이 삼일 만에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작심'에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건강해야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줄 수 있다는 각오 같은 것 말이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이타적 가치를 부여하면 생각에 더 큰 힘이 실리고,행동을 바꾸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행동은 다시 습관을 바꾼다.

필자가 담배를 멀리한 지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아직도 흡연에 대한 유혹과 핑계는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럼에도 '작심'이 더 오래갈 수 있도록 이런 저런 가치와 명분을 자꾸 덧붙이고 있다.

무자년 쥐의 해를 맞아 개인이나 조직이나 크고 작은 계획들을 세웠을 것이다.쥐는 모여 살면서도 지혜로우며,먹이를 욕심내 서로 다투는 일이 없다고 한다.큰 욕심내지 말고 작은 습관 하나라도 바꿀 수 있도록 '작심',생각과 행동을 새롭게 하는 건 어떨까.

올해 말쯤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