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출총제 폐지 차질없이 실행돼야

대표적 재벌규제로 꼽혀온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마침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고 "출총제가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데다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인 만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그동안 우리는 출총제의 폐해와 무용론(無用論)을 수도 없이 제기해 왔다.

기업들이 출자총액제한에 묶여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빚어지는 데다 외국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국내기업들의 발목이 잡히는 역차별 요소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는 시장의 개념에 국경은 없다.

경쟁이 국내시장이나 국내기업들끼리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세계기업들과 치열하게 다퉈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내에서의 기업집단,즉 재벌그룹의 의미가 종래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특정 기업그룹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출총제는 이미 효력을 상실한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인수위가 기업에 대한 사전적,직접적 규제를 지양하고 시장자율체제에 의해 규제될 수 있도록 사후감시에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은 잘 잡은 방향이다.

정부는 차제에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廢止)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을 독점규제와 경쟁촉진이라는 본래의 법 정신에 맞게끔 대폭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시대에 뒤떨어진 경제력 집중억제 등 재벌규제 조항은 과감히 도려내는 것이 마땅하다.

인수위는 출총제 폐지와 함께 대기업그룹들이 지주회사 설립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그 요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얽히고설킨 대기업그룹의 출자구조를 단순화시켜 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그 목적이고 보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기업들도 자율규제에 상응하는 투명경영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는 대안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재계가 유념(留念)해야 할 일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상생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국가의 총체적 국제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협력관계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