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초긴축 … 세계경제 '더블 트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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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침체에 '엎친데 덮친격'중국이 신규 대출 규모를 작년 수준에서 동결키로 공식 결정하는 등 돈줄 죄기를 본격화하고 있다.중국이 이처럼 돈줄을 죄는 것은 과잉유동성에 의한 인플레를 막기 위한 비상조치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상황이어서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5일 상업은행들의 올해 신규 대출을 작년 수준인 3조6300억위안으로 묶어 증가율을 13% 선에서 억제키로 했다.인민은행은 당초 15% 선까지 용인한다는 방침을 바꿔 이같이 결정,각 은행에 일정한 한도를 넘겨 대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특히 공상은행 등 4대 은행에 대해선 대출 한도를 일부 삭감하고 분기별 대출 쿼터를 적용키로 했다.중국 국제금융공사 수석 경제학자인 하지밍은 "인민은행이 통화량 증가를 막기 위해 작년에 10차례나 올렸던 상업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이달 중에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중국의 긴축정책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왕밍춘 홍콩 리먼브러더스 연구원은 "미국에 이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동시에 약해지는 '더블 트러블(double trouble)'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제 경제기관들은 미국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세계은행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작년보다 0.3%포인트 낮췄다.중국 사회과학원은 6년간 전년보다 높은 성장률을 구가해온 중국 경제가 올해 처음 둔화되면서 10.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골드만삭스도 당초 10.3%에서 10.0%로 전망치를 수정했다.중국의 경우 인플레를 감안할 때 긴축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물가급등→인건비 등 생산코스트 상승→경쟁력 약화의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선 치솟기만 하는 물가를 잡는 게 발등의 불이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6%로 작년 초 2%대에서 급등했다.6차례의 금리인상과 10차례의 은행 지불준비율 상향 조정도 모자라 정부가 은행별로 대출쿼터를 부여하며 시중 돈의 총량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위안화 가치의 빠른 상승을 용인하는 것도 긴축의 한 수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긴축이 미국의 경기를 더욱 침체시키는 등 세계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중국의 과도한 긴축은 내수와 수출을 모두 위축시켜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뿐 아니라 값싼 중국산 제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특히 미국 소비 위축으로 중국의 수출 둔화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긴축강화는 수출엔진 동력을 급격히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블룸버그는 미국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 경우 중국의 수출은 4%포인트 줄어들고 GDP도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미국의 경기침체가 중국의 긴축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다"(취홍빈 HSBC 홍콩 이코노미스트)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중국이 자칫 지나친 긴축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스스로 구조적인 모순에 빠질 공산도 크다.지난 10년간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평균 25%를 웃돈다.그만큼 생산설비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수출이 감소하면 공급과잉이 심화될 게 뻔하다.이는 또 다른 긴축강화를 불러오게 된다.2002년 과잉투자로 인한 공급과잉 우려로 발생했던 차이나쇼크가 또다시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홍콩 스탠다드차타드 스테판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미국이 서로를 지탱해주지 못하고 함께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특히 중국의 경우 긴축의 속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세계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