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중기(中企) 온 렌딩 지원방식 활용해볼만

차기 정부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민간자본을 참여시키는 '온 렌딩(전대)'방식을 도입(導入)키로 했다는 소식이다.혁신형 첨단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금융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대신 금융기관이 독자적 판단에 따라 정부출연금과 민간자본을 빌려주기로 했다는 것이다.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 기능이 은행으로 넘어갈 경우 시장원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정부가 나서 중소기업을 예전처럼 대놓고 지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은 제도적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오히려 너무 많은 지원제도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을 정도다.게다가 자금의 성격에 따라 지원조직이 분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절차 또한 복잡한 실정이다.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면서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구조조정 작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중소기업의 하위 10% 정도는 수익성이 매우 낮아 시장에서 퇴출돼야 하는데도 정책자금과 왜곡된 보증제도 등으로 인해 그대로 생존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이번 조치가 정책자금으로 겨우 목숨만 유지하는 한계선상 중기들을 도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형 중기에 금융을 지원하려면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부터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기술평가가 신뢰성(信賴性)을 잃는다면 과거의 부실지원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형태의 부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전문인력 확보 등 기술평가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들이 정부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일이다.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우량기업들도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우리 현실을 감안해 신용보증제도 개편 등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