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대한통운 품기까지] 敵까지 友軍으로 … 대우건설 히든카드로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사한 다양한 전략.전술은 주효했다.한때 대한통운을 놓고 경쟁하던 '적(敵)'까지 아군으로 만들고,'입양한 자식(대우건설)'을 앞세워 막판 최대 변수였던 '리비아 리스크'까지 해결하는 등 경쟁자들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대어(大漁)'를 낚았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번 인수전에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든든한 재무적 투자자(FI)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대한통운을 품에 안겠다"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농협 효성 유진자산운용(옛 서울자산운용)까지 파트너로 포섭했다.거대한 연합군 구성을 통해 4조원이 넘는 인수자금 조달 부담을 줄인 것.여기에 롯데 대상 코오롱 등 육상 운송물량이 상당한 대기업들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여 대한통운의 '일감'마저 미리 따왔다."대한통운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려면 반드시 금호아시아나가 인수해야 한다"는 인상을 법원에 심어주기에 충분한 사전 작업이었다.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농협 효성 등을 포섭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설득작업을 벌였다"며 "이들 기업은 대한통운에 관심은 있지만 단독 인수는 쉽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 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인수한 대우건설을 이번 인수전의 '히든카드'로 내세운 것도 적중했다.리비아 대수로 공사수행 능력 등 비가격 요인이 이번 인수전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 식구가 된 지 1년여밖에 안 된 대우건설을 적극 활용한 것.대우건설은 현재 벵가지발전소 공사 등 리비아에서 5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현지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따라서 대우건설은 대한통운이 향후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대한 '최종 완공증명서(FAC)'를 받는데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액 측면에서는 산업은행과 하나금융 등을 참여시킨 STX가 더 많이 써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법원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행능력과 전 임직원에 대한 고용보장(3년) 등 비가격 요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금호아시아나 손을 들어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상헌/김진수/장성호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