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30년… 사물놀이 향연

사물놀이 원년 멤버들이 14년 만에 다시 뭉친다.

1978년 대학로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사물놀이를 처음 선보인 김덕수ㆍ이광수ㆍ최종실씨와 1986년 작고한 김용배씨를 대신한 남기문씨가 사물놀이 탄생 30주년을 맞아 3월 6~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 공연을 갖는다.꽹과리 징 장구 북 등 농악에서 쓰이던 네 개의 타악기를 처음 무대로 끌어들인 원년 멤버들이 참여한 만큼 이번 무대에서는 정통 사물놀이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도설장구가락,삼도 농악가락,판굿,명인 개인놀이 등 신명난 무대가 준비돼 있다.

네 사람은 21일 공간사랑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0여분의 '맛보기 공연'으로 정상의 기량을 뽐냈다.이들은 한국종합예술학교(김덕수)와 충남 예산 민족음악원(이광수),중앙대 국악과(최종실),사물놀이 전수 조교(남기문) 등의 개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1983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세계타악인대회라고 입을 모은다.

처음으로 사물놀이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계기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뭉친 것은 지금이야말로 사물놀이 사업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대영백과사전에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라는 신조어가 등록됐지만 정작 국내에 사물놀이 전용극장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반성이 작용했다.

김덕수씨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그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듯 외국인들이 한국의 사물놀이 극장을 찾아와 우리의 혼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공연으로 사물놀이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높이면서 기념사업활동을 통해 전용극장을 포함한 사물놀이 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이를 위해 이어령 교수,강영걸 연출가 등으로 기념사업회를 꾸릴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5년간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마당에서 관객과 하나가 돼야 하는 사물놀이가 무대 위의 예술로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우리는 전문 예인이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들의 답이다.

옛날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는 것이 사물놀이의 본질이지만 거기에서 그친다면 사물놀이는 잊혀질 수밖에 없다는 것.다만 전용극장 설계에서 '마당'을 무대로 얼마만큼 옮겨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들은 서울 공연이 끝나면 2009년까지 미국 10개 도시,유럽 5개 도시를 돌며 30주년 기념 공연을 글로벌 투어로 이어갈 계획이다.김씨는 "지금까지 외국 공연 때마다 스쿨 콘서트를 통해 사물놀이를 음악교육 과정에 들어가도록 하는 노력을 해왔다"며 "이번 해외 투어를 통해 이를 더 본격적으로 추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