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자대학이 인재도 '싹쓸이'


하버드대는 올해부터 가구수입이 18만달러 이하인 중산층의 자녀에게도 학비를 보조해 주기로 했다.예일대도 이에 맞서 올 학자금 지원액을 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7% 늘리기로 했다.프린스턴대와 캘리포니아 공대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이러다보니 이들 대학에 지원하는 성적 우수 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하버드대 같은 사립명문대학들이 막대한 기금을 쌓아 올리면서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학생과 교수를 끌어 모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미국 내 4500여개 대학 가운데 1억달러가 넘는 대학기금을 보유한 대학은 400개도 채 안된다.1위는 작년 말 현재 346억달러를 보유한 하버드대.예일대(225억달러)와 스탠퍼드대(171억달러) 프린스턴대(158억달러) 등 명문 사립대가 뒤를 잇고 있다.2005~2006학년도의 경우 4년제 사립대학 상위 10%의 1인당 대학기금 규모는 45만달러에 달한다.4년제 공립대학 상위 10%의 1인당 대학기금(4만달러)의 10배가 넘는다.그러다보니 기금이 풍부한 사립대학들은 막대한 대학기금을 예산에도 사용하고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끌어들이는 재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예일대의 경우 전체 예산의 45%에 달하는 12억달러를 대학기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프린스턴대학도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금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 우수 학생 몰아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하버드대와 예일대는 경쟁적으로 중산층 자녀에게도 학비를 보조해 주기로 결정했다.그동안 성적이 우수하지만 엄청난 학비(연간 4만8000달러 수준)로 인해 이들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부담없이 이들 대학에 지원서를 내고 있다.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로버트 버제노 총장은 "하버드대학이 연소득 18만달러 이하인 가정 학생들의 학비를 감면해주면서 이들의 학비가 연소득 9만달러인 가정 출신 버클리 학생의 학비보다 적게 들게 됐다"면서 "더 이상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힘들게 생겼다"고 말했다.

단순히 학생만이 아니다.교수도 마찬가지다.하버드대의 교수 1인당 연봉은 평균 17만7400달러에 달한다.반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교수들은 13만1300달러를 받고 있다.각종 시설에서도 차이가 난다.그러다보니 각 대학 총장들은 기금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 곧 총장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이처럼 명문 사립대학들이 막대한 기금의 힘을 발휘하자 비상이 걸린 곳은 명문 공립대들이다.이들은 그동안 주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 들어 경쟁력을 급속히 잃어가자 궁여지책으로 기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돈의 힘으로 공립대의 우수한 학생들을 빼앗아가는 명문 사립대들이 야멸차게 보이지만 이런 경쟁력이 미국 대학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