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결의 90% 무사통과 … 참석 주식수 2/3이상 찬성등 까다로운데

통상적으로 악재인 감자 결정은 주주들의 반발을 사지만 막상 주주총회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주총 특별결의 사항에다 '섀도 보팅'(Shadow Voting)도 불가능하지만 감자 부결 사례는 드물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감자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한 18곳 가운데 부결된 기업은 스타맥스와 세고엔터테인먼트 등 2곳에 불과했다.스타맥스와 세고는 당시 각각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어서 통과되지 않았다.이들 특수 사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16곳은 모두 감자 승인을 얻어냈다.감자 승인은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승인을 받기가 까다로운 편이다.참석 주식 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찬성한 주식이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을 넘어야 한다.특히 감자 안건은 일반 결의 안건과 달리 증권예탁결제원에 섀도 보팅을 요청할 수도 없다.섀도 보팅이란 주식 발행회사가 주총 결의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가 모자랄 경우 예탁원에 요청,찬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중립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그만큼 감자 안건은 의결 정족수를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에스와이는 지난해 11월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가 감자를 재결의해 지난달 주총 승인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감자를 진행하는 기업 상당수가 최대주주 지분이 취약하다.파로스이앤아이 CTC YNK코리아 케이앤컴퍼니 ACTS KDS 등은 최대주주 지분이 10%를 넘지 않는다.최대주주 지분만으로 감자안건 정족수를 맞출 수 있는 곳은 인디에프 세화 2곳에 불과했다.

이런 통계적 수치로 인해 일각에서는 주주 권리 조작 가능성도 제기된다.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통과가 쉽지 않은 감자 결의가 대부분 승인된다는 점은 분명 미스터리"라며 "상법의 근간인 주권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현행 비송사건절차법에 따르면 감자 결의 후 등기 신청시 반드시 공증인의 인증을 첨부한 주총 의사록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의사록은 결론을 담은 문건일 뿐이고 공증인의 주총 참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주주가 참석했고 찬성했는지 기록을 남기지 않는 상장사도 적지 않다.한 코스닥 상장사 부사장은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라면 위임장 같은 서류를 보관할 이유가 없다"며 "누구도 그런 것에 시비를 걸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총은 증권거래법이 아닌 상법의 규율을 받는다"며 "과거 한때 금감원이 감독했지만 이젠 상장사가 너무 많아 더 이상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사실상 주총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