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여자 아이의 발을 억지로 구부리고 꽁꽁 묶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전족(纏足).발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막았던 만큼 여성에겐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

오죽하면 '작은 발 한 쌍에 눈물 두 항아리'라고 했을까.'중국 여성'(루링 지음,이은미 옮김,시그마북스)은 전족을 비롯해 5000년 중국사에 나타난 여성 학대와 억압,차별의 기원과 실상을 담은 책이다.

봉건시대에 시작돼 불과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남아 있던 전족,남존여비 사상에 바탕한 정절 강요와 신체 학대,약탈혼.교환혼.매매혼.정치혼 등 여성을 도구화했던 결혼제도,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했던 후궁.궁녀와 기녀.첩들의 삶 등을 풍부한 자료 사진,그림과 함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산(多産)을 선호하는 남편의 요구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다니며 아이를 낳는 '출산유격대',돈을 받고 아이를 낳아주는 대리모,무분별한 낙태 등 중국 여성의 고통은 현대에도 지속되고 있다.근대 이후의 전족 추방과 여성의 정치참여,경제적 독립 등도 담아내고 있다.

504쪽,2만3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