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日총리 "과거 반성한다는 말보다 미래협력에 최선"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는 많은 미래의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을 얼마나 더 크게 만들 것이냐는 두 나라에 주어진 책임이다."후쿠다 일본 총리는 24일 방한에 앞서 총리 관저에서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주일 한국언론사 특파원들과 가진 회견에서 '과거보다는 미래'를 얘기했다.

일본 총리의 방한 때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 표명 여부에 대해서도 "그걸 말로 하는 게 좋을지,그런 (사과의) 마음을 갖고 미래를 향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나을지는 굳이 말을 안 해도 한국민들이 잘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한.일 간 발전적인 미래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한.일 관계에서 과거사 사과보다는 미래 지향적 관계 설정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거리의 이웃 국가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양국 관계가 순조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앞으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일본인은 한국인의 심정을 이해하고 이명박 당선인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일본은 과거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싶다.이번 정상회담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국이 과거사 반성을 먼저 요구하지 않더라도 후쿠다 총리가 스스로 사과를 표명할 용의는 없나.

"개인 관계든,나라 간 관계든 과거로부터 반성할 건 반성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한국민의 심정을 소중히 생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진실을 인정하고 싶다.

말보다는 두 나라의 성숙한 양자관계 구축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으로 경색된 대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끈기 있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싶다.

특히 고이즈미 전 총리가 방북했을 때(2002년) 나온 '북.일 간 평양선언'(북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키로 했던 합의)을 구현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북핵 문제는 한국에도 중요한 문제다.

때문에 한.일 양국이 협력해 가며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야 한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한시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일본 측 입장은 무엇인가.

난색을 보였던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해선 입장 변화가 있나.

(한.일 FTA 협상은 2004년 11월 협상을 끝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외교뿐 아니라 경제협력 확대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나도 경제협력 강화가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일 FTA 협상을 재개해 최대한 빨리 타결짓기를 희망한다.

과거 협상에서는 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이 쟁점이었지만 FTA 협상에선 농업뿐 아니라 공산품 관세 인하도 중요하다.

전체적인 흐름을 봐 가면서 균형감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이다."


-오는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의제는 무엇인가.

"이번 G8 정상회의에선 세계 경제의 안정 성장 방안과 온실가스 감축,핵 비확산 조치,아프리카 경제 지원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특히 환경 문제와 관련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로 줄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이 얼마나 협력해 실질적 계획을 잡을지가 중요하다.

한국과도 논의할 부분이 많다.

이를 위해 아시아 주요국 중 하나로 한국 대통령도 회의에 공식 초청할 계획이다."


-재일 한국인 등 외국인 정주자(영주권자)들이 지방 참정권 부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재일 한국인들의 강한 희망 사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문제는 일본 국가 제도의 근간을 건드리는 문제다.

이견도 있다.가볍게 하겠다고 말할 순 없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