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숭례문 게임으로 찾아가볼까

직장인 김기철씨(28)는 요즘 가고 싶은 곳이 많다.시즌 막바지라 강원도에 있는 스키장에 가고 싶고,삼성동 코엑스몰 등 시내 곳곳도 구경하고 싶다.불타버린 숭례문은 어떤 모습일까도 궁금하다.김씨는 이 같은 현실 속의 특정 장소를 게임을 통해 가 본다.때마침 강원도 하이원스키장,서울역광장 등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레이싱게임 '레이시티'는 서울 시내 곳곳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낸 대표적 게임이다.현실에서는 시속 60~80㎞밖에 속도를 내지 못하지만 게임 안에서 최신 스포츠카를 타고 시속 300㎞로 달리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레이시티에서 가볼 수 있는 곳은 남산,동대문시장,종로,한강다리,삼성동 코엑스몰 등이다.실제 장소의 사진을 찍어 게임 속에 고스란히 옮겨놨다.종로 귀금속매장,국세청 건물,남산 드라이브 코스 등을 실제처럼 달릴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NHN의 스노보드게임 '라이딩스타'는 지난 1월 '하이원스키장' 맵(지도)을 선보였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스키장 입구부터 급강하 코스,점프대,결승선까지 실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직접 보드를 타는 느낌이 들게 한다.끝나가는 겨울이 아쉽다면 라이딩스타에서 강원도 스키장을 찾아가 설원에서 보드를 즐겨보면 어떨까.지금은 볼 수 없는 국보 1호 숭례문을 만날 수 있는 게임도 여럿 있다.블리자드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게임의 배경인 다르나서스 지역 성문으로 숭례문을 재현했다.블리자드 관계자는 "화재사건 이후 게임 속에서 숭례문 앞에 서서 애도를 표하는 게이머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일렉트로닉아츠(EA)의 건설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4'도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서울 시내를 재현했다.서울시청,상암동 월드컵경기장,숭례문 등을 만날 수 있다.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레이싱게임 '시티레이서',소니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의 플레이스테이션3(PS3)용 레이싱게임 '그란투리스모4' 등도 서울 시내 명소와 숭례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서울 도곡동에 사는 박진우씨(29.회사원)는 "평소 WOW는 물론 레이싱게임도 즐기는 편인데 숭례문을 비롯해 서울 시내를 현실감 있게 만날 수 있어 실제로 질주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앞으로 숭례문을 재현할 예정인 게임도 많다. 한빛소프트는 MMORPG '헬게이트:런던' 개발을 맡은 플래그십스튜디오에 숭례문 재현을 요청해 둔 상태다.티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가상현실 게임 '세컨드라이프코리아'에서도 숭례문이 복원된다.특히 세컨드라이프에서는 땅이나 집을 구입,수영장이나 카페 등 자신이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어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지난해 11월 섬 하나를 통째로 구입한 김형욱씨(28)는 "평소 관심 있었던 카페,온천 등을 직접 짓고 이를 운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가상세계에서 현실처럼 뛰어난 그래픽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