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값 또 폭등…자원민족주의 확산

수요 급증에 자원민족주의가 겹치면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꺾일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일부 국가는 곡물이나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고 자원을 무기화하는 등 자원민족주의 양상이 뚜렷하다.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와중에 자원민족주의까지 확산되면 자칫 세계 경제가 붕괴될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25일(현지시간) 국제 밀 가격은 하루 새 25% 넘게 폭등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곡물거래소에서 3월물 봄밀 값은 부셸(약 28㎏)당 4.75달러(25.25%) 뛰어 24.26달러까지 올랐다.빵 재료로 쓰이는 고품질 봄밀은 올 들어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밀값도 사상 처음으로 부셸당 12달러 선을 넘어섰다.

밀값 상승은 주요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이 전날 밀 수출에 관세를 부과,수출 물량을 제한할 것이라는 선언 때문이었다.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투기 세력들이 가세하면서 밀 가격이 치솟았다.

이미 러시아는 지난달 말 밀에 대한 수출세를 10%에서 40%로 인상했으며 아르헨티나도 수출 감소 방침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라크와 터키 등이 농산물 부족에 대비해 밀 대량 구매에 나서고 있고 가뭄을 겪고 있는 중국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중국은 올초부터 쌀 옥수수 밀 등 곡물에 대해 5~25%의 수출관세를 부과 중이다.

콩 옥수수 등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밀의 뒤를 이어 수출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5월물 콩값은 12.75센트(0.9%) 뛴 부셸당 14.82달러에 달했다.

1년 새 90% 급등했다.

원유와 금속 등 원자재를 무기화하려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자원 권력화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원유 감산 의향을 밝혔다.

남미의 주요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원유 개발권을 둘러싸고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과 분쟁을 일으키는 등 자원민족주의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국제 유가(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는 0.42달러 상승한 배럴당 99.23달러로 마감되며 100달러 선에 다시 다가섰다.

이머징 국가의 철강제품 수요 급증에 따라 브라질과 호주는 철광석을 무기화하고 있다.

브라질 광산업체인 CVRD는 최근 철광석 공급 가격을 무려 65% 인상한다고 주요 철강업체에 통보했다.

중국 정부는 발전소 용으로 사용되는 석탄 수출을 제한,세계 석탄가를 끌어올렸다.

러시아는 천연 가스를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구소련 연방이나 유럽 국가에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고 있다.

이처럼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24개 상품 가격을 종합한 로이터CRB지수는 7일째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 들어서만 15% 올랐다.세계 증권가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는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적인 경기 후퇴로 이어지는 와중에 각국의 자원민족주의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정치적 긴장이 조성되면 글로벌 경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