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모비스 스웨덴 동계시험장을 가다


천혜의 극지에서 제어시스템 등 연구

25일(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프로펠러가 달린 경량 비행기로 1시간30분을 날아 도착한 북부도시 아르예플로그.앞을 분간하기조차 힘든 눈보라를 뚫고 도착한 이곳은 북극권까지 차로 한 시간 거리에 불과한 불모지다.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의 동계시험장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현장에서 만난 이승호 현대모비스 동계테스트 센터장은 "지금과 같은 한겨울엔 기온이 영하 30~40도에 달하는 데다 주변 호수의 얼음이 최대 2m 두께로 얼기 때문에 차량을 시험하기엔 최적의 장소"라며 "특히 주변에 보쉬 델파이 등 외국 부품업체 및 자동차업체 30여개의 시험장이 모여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하다"고 소개했다.

현대모비스의 차량부품 테스트는 우선 허리 높이까지 쌓인 눈을 파내고 인공적으로 길을 낸 곳에서 시작된다.2017년까지 현지 업체와 토지 사용 계약을 맺은 육상트랙은 △구동력제어시스템(TCS) 시험을 위한 10~20도의 경사로 △잠김방지브레이크(ABS) 및 차량자세제어장치(ESC) 시험을 위한 비대칭로 △시가지와 같은 블록을 설치한 다음 주행 및 제동 성능을 복합적으로 시험하는 시가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고속 주행 시험의 대부분은 50만㎡ 크기의 우드자우르 호수 한복판에서 진행되고 있었다.호수가 꽁꽁 얼어붙어 천혜의 빙판길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현지 38명의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올해부터 독자 생산할 전자식 제어장치인 'MEB'와 2011년까지 순차적으로 개발할 통합제어시스템에 대한 시험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자동차의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량통합제어시스템' 개발의 첫 단추가 바로 전자식 제어장치이고,이를 위해서는 상상 가능한 악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테스트해야 한다는 게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김환득 선임연구원은 "MEB는 꿈의 선진 기술로 평가받는 차량통합제어시스템의 핵심 장치라고 할 수 있다"며 "경쟁사들보다 2~3년 늦게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기술력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은 눈길과 빙판길 위에서 아슬아슬한 주행 및 제동 시험을 하루 40~50차례씩 반복하고 있었다.최상의 제동장치를 만들기 위해선 똑같은 시험과 자료 분석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김 연구원은 "가장 추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차량 한 대당 3만㎞ 정도 시험 운전하고 있다"며 "주변엔 끝없이 펼쳐진 눈밭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연구에만 신경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아르예플로그(스웨덴)=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