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과학자에게 '올라갈 나무'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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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하지만 이 약속은 41년 만에 사라져 버린 '과학기술부'를 생각하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따름이다.정부의 슬림화를 내걸더니 엉뚱하게도 과학기술 관련부처 셋(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만 없애버리고 출범한 새 정부다."폐지된 것은 국정홍보처 하나이고,나머지는 기능이 통합되고 명칭이 바뀐 것 뿐"이라는 해명이지만,과학기술부의 폐지는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나는 판단한다.과학기술부의 폐지가 잘못인 이유를 좀 더 생각해 보자.이공계 위기론 속의 우리 현실에서 과학기술부의 폐지는 이공계 지망생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과학기술자에게는 '올라갈 나무'가 없어진 듯한 좌절감을 주게 될 것이니 말이다.결과적으로 그것은 평생 과학기술에 종사해 봤자 올라갈 수 있는 장관 자리는 아예 없다는 자조감을 강요한 꼴이다.
유교적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우리들에게는 옛날부터 관직을 독점하던 '양반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자연히 정부 부처의 장관이라면 출세의 극치에 달한 걸로 여기는 수가 많다.사법고시를 비롯한 고시병이 만연하게 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바로 '양반 향수병'에 있다.과학기술부가 생긴 이후 41년 동안 25명의 장관이 거쳐 갔는데,그들 거의가 바로 과학기술자 또는 이공계 출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자리를 송두리째 없앤 것이다.이공계 출신에게는 아예 '양반에의 향수'를 싹둑 잘라버린 셈이다.누가 과학기술을 공부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걸 공부했다가는 고위 관직에 나갈 수 있는 길은 원천 차단되어 있는 것을….
1967년 4월19일 출범한 과학기술처는 우리 역사상 첫 과학기술전담 정부부처였다.당시 경제개발에 전력투구하던 정부가 그 바탕에 과학기술이 있어야겠다는 자각에서 태어났다.하지만 그 배경에는 해방 직후부터 정부에 참여할 기회를 달라는 과학기술자들의 요구가 강했던 때문이기도 했다.그렇게 시작된 과학기술처는 1998년 과학기술부로,4년 전에는 그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더니,이번에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원래 조선시대를 통해 과학기술은 양반이 못되는 중인(中人) 계층의 담당이었다.이 전통은 오늘의 한국 과학기술자들에게도 알고 모르는 사이에 '중인의식'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나는 오래전부터 진단해 왔다.그것은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갖기 쉬운 피해의식이고,콤플렉스이다.이 '중인의식'의 타파가 한국 과학기술의 장래를 위해,나아가 한국의 미래에 절대 필요하다고 나는 역설해 왔다.그런데 이번의 정부조직 개편은 바로 한국 과학기술자들의 '중인의식'을 일깨우고 자조감을 높여준 고약한 조치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학이 사회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선진화시킵니다" 라고 말했고,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그렇다면 앞으로 정부부처 장관의 3분의 1은 반드시 과학기술자로 임명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더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고위 관직에 오를수록 우리 사회는 보다 합리적인 세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그렇게 한다면 지금 고위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합리한 인사들의 날뜀을 덜 보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또 그런 조치는 이공계 위기론을 일거에 날려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그의 취임 선언이 실현될 수 있는 길이 여기에 있다.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하지만 이 약속은 41년 만에 사라져 버린 '과학기술부'를 생각하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따름이다.정부의 슬림화를 내걸더니 엉뚱하게도 과학기술 관련부처 셋(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해양수산부)만 없애버리고 출범한 새 정부다."폐지된 것은 국정홍보처 하나이고,나머지는 기능이 통합되고 명칭이 바뀐 것 뿐"이라는 해명이지만,과학기술부의 폐지는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나는 판단한다.과학기술부의 폐지가 잘못인 이유를 좀 더 생각해 보자.이공계 위기론 속의 우리 현실에서 과학기술부의 폐지는 이공계 지망생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과학기술자에게는 '올라갈 나무'가 없어진 듯한 좌절감을 주게 될 것이니 말이다.결과적으로 그것은 평생 과학기술에 종사해 봤자 올라갈 수 있는 장관 자리는 아예 없다는 자조감을 강요한 꼴이다.
유교적 전통 때문이기도 하지만,우리들에게는 옛날부터 관직을 독점하던 '양반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자연히 정부 부처의 장관이라면 출세의 극치에 달한 걸로 여기는 수가 많다.사법고시를 비롯한 고시병이 만연하게 된 원인도 따지고 보면 바로 '양반 향수병'에 있다.과학기술부가 생긴 이후 41년 동안 25명의 장관이 거쳐 갔는데,그들 거의가 바로 과학기술자 또는 이공계 출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자리를 송두리째 없앤 것이다.이공계 출신에게는 아예 '양반에의 향수'를 싹둑 잘라버린 셈이다.누가 과학기술을 공부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걸 공부했다가는 고위 관직에 나갈 수 있는 길은 원천 차단되어 있는 것을….
1967년 4월19일 출범한 과학기술처는 우리 역사상 첫 과학기술전담 정부부처였다.당시 경제개발에 전력투구하던 정부가 그 바탕에 과학기술이 있어야겠다는 자각에서 태어났다.하지만 그 배경에는 해방 직후부터 정부에 참여할 기회를 달라는 과학기술자들의 요구가 강했던 때문이기도 했다.그렇게 시작된 과학기술처는 1998년 과학기술부로,4년 전에는 그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더니,이번에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원래 조선시대를 통해 과학기술은 양반이 못되는 중인(中人) 계층의 담당이었다.이 전통은 오늘의 한국 과학기술자들에게도 알고 모르는 사이에 '중인의식'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나는 오래전부터 진단해 왔다.그것은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갖기 쉬운 피해의식이고,콤플렉스이다.이 '중인의식'의 타파가 한국 과학기술의 장래를 위해,나아가 한국의 미래에 절대 필요하다고 나는 역설해 왔다.그런데 이번의 정부조직 개편은 바로 한국 과학기술자들의 '중인의식'을 일깨우고 자조감을 높여준 고약한 조치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학이 사회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선진화시킵니다" 라고 말했고,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그렇다면 앞으로 정부부처 장관의 3분의 1은 반드시 과학기술자로 임명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더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고위 관직에 오를수록 우리 사회는 보다 합리적인 세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그렇게 한다면 지금 고위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합리한 인사들의 날뜀을 덜 보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또 그런 조치는 이공계 위기론을 일거에 날려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는 그의 취임 선언이 실현될 수 있는 길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