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글로벌경제 100ㆍ100ㆍ1000 시대


'100ㆍ100ㆍ1000'

약달러가 몰고온 국제 외환ㆍ원자재 시장의 새로운 이정표다.미 달러 가치가 추락하며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0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고착화되고 금값도 온스당 10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쌀 옥수수 콩 밀 등 곡물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려는 투기 자금이 원자재 시장으로 대거 몰리며 '원자재 신드롬'을 낳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원자재와 곡물 가격의 지칠 줄 모르는 상승세는 소비자물가를 크게 끌어올려 새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2.62엔까지 밀려나 2005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장 후반 103엔대를 회복,달러당 103.22엔으로 마쳤다.유로ㆍ달러 환율도 장중 한때 1.5275달러까지 올라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최고치(달러가치 최저치)를 경신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ㆍ달러 환율이 이달 말 98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달러 약세로 국제 원자재 시장엔 '신기록'이 속출하고 있다.원유와 금 구리 등 금속,옥수수 콩 밀을 비롯한 곡물에 이르기까지 국제 상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는 모습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이날 장중 배럴당 103.95달러까지 올라 명목상은 물론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가격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1980년 4월 '오일쇼크' 당시 최고치였던 배럴당 39.5달러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현 가격으로는 103.76달러다.이날 유가는 장중이긴 하지만 역사상 전 고점을 넘어 '진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WTI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61센트(0.7%) 오른 배럴당 102.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1년 전에 비해선 68%,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하 조치를 시작한 작년 9월18일 이후로 27% 상승한 셈이다.금 백금 구리 가격도 요동쳤다.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장중 온스당 992달러에 이르며 1000달러 선에 근접,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종가는 지난 주말보다 9.20달러 오른 온스당 984.20달러였다.애드리언 데이즈 어셋매니지먼트의 애드리언 데이 회장은 "온스당 1000달러도 정점은 아니다"라며 상승세 지속을 점쳤다.4월 인도분 백금 가격도 온스당 2245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5월 인도분 구리 가격도 7.35센트 오른 파운드당 3.9285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원자재의 매력이 부각된 데다 미국 경기둔화와 증시 부진이 더해지면서 대안투자로 원자재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쌀 콩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며 '애그플레이션'(agflationㆍ농산물발 물가 상승) 우려를 고조시켰다.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콩은 3.3% 오른 부셸당 15.86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3월 인도분 옥수수도 장중에 부셸당 5.7375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세계 쌀값의 기준이 되는 태국 쌀값은 지난주 t당 500달러 선을 넘어서며 2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바트 메렉 BMO캐피털 상품전략가는 "유가 등 원자재 시세는 달러의 향방에 좌우될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만큼 원자재 가격은 더 뛸 것"으로 내다봤다.반면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의 브라이언 베툰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시장이 미쳐가고 있다"며 "미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수요가 줄어 원자재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