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아파트' 상반기까진 보기 힘들듯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서울.수도권 민간택지에서 상한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분양승인이나 관리처분 신청을 낸 단지가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주택 수요자들은 여전히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청약 기회를 얻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주요 건설회사는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서울.수도권에 상한제 물량을 내놓을 계획을 잡지 않아 상한제 아파트 청약 공백이 길어질 수도 있다.4일 본지가 서울시내 주요 구청과 수도권 내 31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작년 12월1일 이후 분양승인이나 관리처분(재개발.재건축)을 신청한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신청이 전무했다.작년 11월30일 이전까지 신청을 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어 대부분 업체들이 서둘러 신청했기 때문이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강남구는 물론 강남권 전체에서 상한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신청한 단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건축과 관계자도 "상반기는 물론이고 올해 안에 분양승인을 신청한 아파트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분양승인은커녕 그 전 단계인 사업승인을 신청한 단지조차 없다"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지난 2월 중순 쯤 대한주택공사에 모여 국토해양부로부터 교육을 받았는데 상반기 중에는 나오기 힘들다고 들었다"고 전했다.수도권도 마찬가지다.경기도내 31개 지방자치단체를 모두 조사한 결과 분양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한 곳도 없었다.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고양 용인 수원 파주 김포 등에도 상한제 아파트 공급을 위한 분양승인 신청은 접수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작년 11월까지는 아파트를 분양하겠다며 일주일에 여러 건씩 신청을 받았지만 요즘에는 한 건도 없다"며 "앞으로 관내 아파트 공급이 다소 주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청약 기회는 하반기에도 낮을 전망이다.주요 건설업체들의 분양 계획을 보면 상한제를 적용받아 서울.수도권에 분양되는 물량이 아예 없어서다.대우 삼성 GS 현대 대림 등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상반기 중에 공급할 계획이 없으며 하반기에 예정된 물량조차 지방에 위치해 있다.

A건설업체 관계자는 "하반기에 청약시장에 내놓을 아파트는 경주와 천안에 있고 수도권에는 없다"며 "지방 물량조차 일정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밀어내기 분양'을 하고 있는 것도 벅찬 상황이어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밝혔다.분양가 상한제 물량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전체 아파트 공급까지 감소하고 있다.분양가 상한제를 피한 아파트 분양이 끝나면 뒤를 이어 공급될 아파트가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은 3월에 660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지만 4월과 5월에는 각각 4584가구와 3171가구로 줄어들고 6월에는 339가구로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수도권도 이달 3만12가구에서 6월에는 20%(6253가구)로 떨어진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물량에 기대를 걸면서 주택을 사지 않고 전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