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초점] 기댈만한 언덕 어디 없나?

국내 증시가 미국에서 날아온 펀치에 또 한차례 휘청거리고 있다.

고용지표가 두달 연속 악화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 의심할 여지없이 드러났다. 미 경제와 증시 상황이 한층 더 나빠지면서 설마했던 글로벌 증시를 옥죄어오고 있다.

국내 증시도 이같은 여파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견뎌야할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툭하면 터져나오는 악재들에 좀 참고 견뎌보자고 투심을 달래는것조차도 무색할 지경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10일 "본질적인 문제인 신용위기와 스태그플레이션이 단기내 해결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을 감싸고 있는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리스크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면 시장의 하방 경직성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도 위험한 상황이어서 현 장세를 정확히 판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

신용위기가 서브프라임 범주에서 벗어나 상위 신용등급의 모기지로까지 번지는 양상이고, 이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가 시장에 아직은 충분히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투자은행들의 실절 발표가 가져올 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경계해야할 요인으로 지적.

증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외부 악재들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방어적인 관점으로 조심스런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추가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시장이 한단계 더 레벨-다운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경고. 하지만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보다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신용위기가 최악의 국면으로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금융기관들의 마진콜 문제는 지나친 레버리지 투자에 노출된 일부 업체에 한정될 수 있다는 점, 신용시장의 패닉 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 노력이 경주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제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미국의 신용 리스크 문제들은 지난 2월 모노라인 문제 해결법 도출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해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경기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악화되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고용 및 소비관련 지표들은 시장에 계속해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금리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다만 다음주로 예정된 FOMC 회의에선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강해 증시의 반등 모멘텀을 제공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증권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이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약세의 가속화와 그에 따른 글로벌 투기자금 유입에 따른 오버슈팅이라는 점에서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상반기 내 2.0%정도까지 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있고, 다음주 FOMC 회의에서도 0.75%P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해 추가적인 투기자금의 상품시장 베팅도 어려워질 것이란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미국 경기가 사실상 침체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과거 경험 등에 비춰볼 때 내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선행성을 가진 증시는 7~8월경 저점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국내 증시가 아직은 장기 추세를 깨고 내려서지 앉았고, 2분기 이후 이익 사이클 회복이 예상된다는 점 등도 작으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이다.

동양종금증권은 매력적인 수준에 도달한 밸류에이션과 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주도주에 대한 기대감, 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 추세 둔화 등으로 주식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악재들은 여전히 진행형인데다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등장해 시장을 끌어내릴지 알 수 없는 살얼음판 속에서도 시장은 기대고 비빌만한 언덕이 등장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