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은평 뉴타운에 '자사고'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서울 은평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신청,교육 사업에 진출한다.

서울시는 은평뉴타운과 길음뉴타운에 대한 자립형 사립고 우선협상 대상자 공모를 마감한 결과 하나금융지주 한 곳만이 은평뉴타운에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서울시는 앞으로 3주 이내에 투자 계획과 학교운영 계획 등을 하나금융지주 측으로부터 제출받아 본격적인 설립 협의를 벌일 계획이다.

은평뉴타운 자립형 사립고는 은평뉴타운 3-2지구(은평구 진관외동 129일대,2만6446㎡)에 설립될 예정으로 학교 운영과 학생 선발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전권을 재단 측이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행사하게 된다.

정부 재정 지원이 없으며 재단 전입금은 학생 등록금의 20% 이내로 규정됐다.자립형 사립고는 현재 광양제철고(전남) 민족사관고(강원) 상산고(전북) 포항제철고(경북) 해운대고(부산) 현대청운고(울산) 등 전국에 6곳이 있으나 서울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북 지역에 자립형 사립고가 설립됨에 따라 강남ㆍ북 간 지역 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울지역 자립형 사립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추진해 온 정책이었으나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 서울시교육청 등이 난색을 표명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지난해 교육기업 ㈜대교와 라성정형기재단이 은평뉴타운과 길음뉴타운에 각각 설립을 추진했으나 '귀족 학교'라는 비판적 시각과 부지 협소 등 내ㆍ외적 환경 변화를 이유로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 '마이스터 고교' 등 다양한 형태의 고교 설립을 추진함에 따라 자립형 사립고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국가에 필요한 우수 인력이 나와야 한다는 사회 공헌 차원에서 자립형 사립고 설립에 나섰다"며 "2010년 개교를 위해 전문가 채용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는 이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며 "영국의 이튼 스쿨 같은 대표적 사립고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지주의 교육사업 진출엔 김승유 회장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국가적 인재 양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수십억원을 투자해 프로 스포츠단을 운영하듯 교육을 통해 국가에 우수 인력이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평소 김 회장의 지론이라고 하나금융지주 측은 밝혔다.

서울시는 하나금융지주가 자립형 사립고 설립에 나선 것을 환영하며 본격적인 설립 추진에 나설 방침이다.서울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업체로 재정 여건이 풍부하다"며 "기업이 의지가 있다면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이호기/이상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