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가치주 펀드 … 중소형株서 대형株로 갈아타기 러시

주로 중소형주를 매입해왔던 가치주펀드들이 저평가된 대형 우량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데 따라 일부 대형주도 성장성과 함께 기업 내재가치가 한층 높아져 가치주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중소형주 일변도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함으로써 펀드 운용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2일 한국펀드평가와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요 가치주펀드들이 대형주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다.

대형주를 가장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펀드는 SH자산운용의 '탑스밸류주식'이다.이 펀드의 대형주 비중은 2006년 말 66%에서 작년 말에는 80%까지 올라갔다.

이 기간에 탑스밸류의 주식자산중 삼성전자 비중은 5.78%에서 8.05%로 높아졌다.

한전은 3.01%에서 5.34%,SK텔레콤은 2.81%에서 3.78%,신세계는 2.95%에서 3.05%로 각각 비중이 확대됐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정인기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 증시가 절대 저평가됐을 때는 시장에서 소외된 중소형주에 가치주가 많았지만 최근 5년간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이런 공식이 깨졌다"며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종목은 규모에 상관없이 편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대형주 비중이 높으면 시황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커지는 중소형주의 약점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영투신운용의 대표적인 가치주펀드인 '신영마라톤주식'도 2006년 말 58%였던 대형주 비중이 작년 말에는 68%로 높아졌다.이 펀드는 지난해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을 새로 편입한 데 이어 KT(1.4%포인트) 롯데쇼핑(1.3%포인트) 한전·포스코(각 0.7%포인트) 등은 편입 비중을 늘렸다.

'한국밸류10년주식'의 대형주 비중도 작년 한 해 동안 11%에서 29%로 껑충 뛰었다.

이 펀드는 작년 말 기준으로 편입 종목이 110개가 넘지만 상위 10개 종목 중 7개는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가 차지했다.

특히 이 펀드는 지난해 주가가 부진했던 은행주를 편입하기 시작해 주목된다.

작년 말 현재 하나금융(3.80%) 기업은행(1.74%) 등이 주요 종목에 올라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장으로 은행주들이 단기 급락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으로 내려가 가치주 영역에 진입했다는 것이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전무의 설명이다.

반면 저평가 가치주를 공략하는 '유리스몰뷰티주식'의 경우 작년 말 기준으로 대형주 비중은 2.5%에 불과해 여전히 중소형주 투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인종익 유리자산운용 이사는 "지난해 주가가 약세였던 일부 대형주는 가치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한다는 당초의 취지에 따라 운용전략을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1일 기준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은 '탑스밸류주식'과 '한국밸류10년주식'이 나란히 35%대,'신영마라톤주식'은 클래스별로 23∼33%대를 기록 중이다.'유리스몰뷰티C'는 25.42%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