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환헤지 차라리 하지말걸…"
입력
수정
대기업 S사에 다니는 김범상씨(가명ㆍ45)는 요즘 환율 때문에 속이 편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일본 증시가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가입한 일본 펀드의 수익률이 줄곧 하락세를 보여 지금은 27% 정도의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대부분 해외 펀드들의 수익률이 안 좋으니 도리없다 싶어 맘을 다잡았지만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펀드에 가입한 친구의 손실폭이 7%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김씨가 이처럼 친구보다 손실이 컸던 것은 펀드 가입 당시 환 헤지를 했기 때문이다.환 헤지는 투자 대상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할 때 입는 손실을 막기 위해 환매 때 환율을 현재 시점의 환율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 환 헤지를 해 작년 하반기 이후 일본 엔화가 급등하면서 발생한 엔화 가치 상승분을 빨아들이지 못한 반면 환 헤지를 안한 친구는 그 상승분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겼다는 얘기다.
요즘 원ㆍ달러 및 원ㆍ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김씨처럼 환 헤지를 한 투자자와 하지 않은 투자자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2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주식종류형1A' 펀드의 경우 환 헤지를 한 투자자는 연초 대비 22.7%의 손실을 입었지만 환 헤지를 안한 사람은 손실률이 4.7%에 불과했다.
똑같은 펀드라도 환 헤지 여부에 따라 무려 20%의 수익률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수익을 내도 마찬가지다.남미 주식에 투자하는 '삼성라틴아메리카주식종류형자IA'의 경우 환 헤지를 한 상품은 연초 이후 0.4%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헤지를 안한 상품은 수익률이 6.9% 수준이다.
그렇다면 헤지를 안하는 게 능사일까.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보다는 펀드의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원론적인 펀드 투자 관점에선 환 헤지를 하는 게 옳다고 얘기한다.
한국펀드평가 신건국 과장은 "환율을 보고 투자하려면 환율을 잘 예측해야 한다"며 "하지만 환율은 주가만큼 변동성이 커 흐름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과장은 특히 "환율을 통해 이익을 냈다 하더라도 결과론적으로 그렇다고 얘기할 수 있을 뿐 원칙적으로는 환 헤지를 통해 환 위험을 없애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 헤지를 할 경우에는 비용이 추가로 든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통상 펀드 가입 금액의 0.3~1%를 비용으로 매년 부담해야 한다는 것.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용이 부담스러워 환 헤지를 안한다면 자신이 장기 투자 및 다국가 투자 등의 조건에 맞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자기간이 길면 환율 등락을 통해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또 특정 국가가 아닌 여러 지역에 분산 투자할 경우에는 환율에 따른 가치 하락과 가치 상승이 서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