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휴대폰 'IT 코리아' 다시 이끈다

시장에 맞춘 제품전략.신흥시장 공략 적중
휴대폰이 반도체의 부진을 메우며 'IT(정보기술) 코리아'의 간판 품목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국내 휴대폰 메이커 '빅 2'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자인과 성능 다양화라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며 히트 상품을 잇달아 쏟아낸 결과다.최근에는 원.달러환율 급등에 따른 가격경쟁력 우위까지 업고 신흥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수출 고공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해외 경쟁 업체들은 전략 모델의 부진으로 실적이 주춤해지면서 한국 휴대폰업체들의 승승장구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LG전자,디자인과 특화폰의 힘가장 돋보이는 업체는 단연 LG전자다.

2006년 0.8%에 불과했던 LG전자 휴대폰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6%까지 수직 상승했다.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뷰티폰 등으로 이어지는 LG전자의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디자인과 성능에서 차별화한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특히 5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뷰티폰은 최근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출시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유럽 시장에서 550유로(약 76만원)라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다.2006년 10월 출시한 LG전자의 샤인폰은 '메탈(금속)' 소재라는 파격적 시도를 통해 지난해만 무려 6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올해 LG전자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유럽 지역.LG전자는 고급 휴대폰 제품군을 늘리면서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북미와 신흥시장서 선전

삼성전자는 울트라에디션,아르마니폰 등 전략제품을 앞세워 미주 지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억116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치우며 모토로라를 밀어내고 '넘버 2' 자리에 올랐다.

똑딱 하는 순간(1초) 약 5.1대를 생산한 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점유율은 34.6%로 전년 37.8%에 비해 3.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삼성은 18.2%를 기록하며 전년 14.9%에 비해 3.3%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지난해의 두 배인 15%까지 끌어올리는 등 노키아가 장악하고 있는 신흥시장 침투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삼성은 특히 올해 2억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 물량도 대폭 늘려 잡았다.

이와 관련,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중국 후이저우 공장의 월 생산 물량을 150만대에서 300만대로 늘리고,인도와 브라질 공장의 생산 물량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토로라,소니에릭슨은 주춤

국내 업체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공룡' 노키아는 여전히 넘기 힘든 산이다.

노키아는 올 1분기에만 무려 1억10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치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인터넷 사업을 강화하며 이른바 '노키아표 인터넷'으로 시장 1위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노키아를 제외한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과거 휴대폰 강자들은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 4분기 약 41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았던 모토로라는 올 1분기 3200만대 안팎으로 판매량이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토로라의 글로벌 히트작인 '레이저' 이후 차별화된 후속 제품 출시가 늦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에릭슨은 지나치게 고급 휴대폰 시장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신흥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유럽 등지의 고급 휴대폰 시장은 점점 포화 상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소니에릭슨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