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發 금융위기 '조심스런 낙관론'


윤용진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부국장 >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에서 촉발된 미국 금융시장 위기상황이 최근 들어 빠르게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위기상황은 지나간 것이 아니냐는 낙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채,자산담보부 채권(ABS),모기지 채권 등 신용 시장의 기능이 급속하게 정상화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인 신호다. 금융시장 위기감이 높아지던 지난 3월 초에는 모기지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고갈되는 월가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투자심리가 현저히 개선되면서 이들 신용 채권에 대한 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또 이들 위험자산의 투자 리스크인 스프레드도 급격히 줄어드는 등 시장이 제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헤지펀드와 같은 투자자들이 신용파생상품 매도초과(short) 포지션을 정리(unwind)하기 시작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 이어 2008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일본 투자자들도 모기지 채권 투자를 다시 늘리기 시작하는 등 외국 투자자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투자심리의 회복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해온 각종 비상조치의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 FRB는 금융 시스템의 위기 상황에 대응해 독창적인 유동성 공급 대책(TAF,TSLF,PDCF)을 잇달아 도입했다. 모기지 채권시장이 살아나면서 회사채,자산담보부 채권 등 여타 신용시장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 금융시장의 위기 상황이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낙관을 하기에는 아직 변수가 많다. 또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실물경기가 이미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되고,월가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충격이 워낙 커서 시장이 자신감을 회복하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