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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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모이면 숟가락 젓가락으로 밥상을 두드리며 노래하던 시절이 있었다.
식당 주인은 밥상 망가진다며 질색을 했지만.그땐 다들 18번 서너 곡은 외우고 다녔다.마음에 드는 가요가 나오면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듣거나 '히트가요 500선'같은 노래집을 사서 악보를 보며 익히기도 했다.
그렇게 배운 노래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어쩌다 부를라치면 가사가 가물가물할 때도 있지만 입 속에서 몇 번 되뇌어 보면 곧 생각난다.지금은 제아무리 유행한 곡도 혼자 못부른다.
노래방 덕에 가사를 외우지 못하는 까닭이다.
나이 탓인가 했더니 젊은층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이런 마당에 저절로 배우다시피 한 노래가 있다.
가요 '무조건'(박상철)이 그것이다.
히트한 트로트답게 가사가 쉽고 곡도 흥겹다.'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께/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언제든지 달려갈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면/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당신이 나를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갈거야."
이 노래를 무심코 흥얼거리는 지경까지 이른 이유는 간단하다.
대선에 이어 총선 로고송(한나라당)으로 쓰이면서 하도 많이 듣다 보니 그만 입력이 된 것이다.
소리 크기에 상관없이 '유세 차량은 확성기 1대만 설치해야 한다'는 법 때문에 산지사방에서 온종일 큰 소리로 틀어놓은 결과다.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면서도 기억하게 된 데는 '무조건'이란 단어가 한몫 한 게 틀림없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어서 당신이 부르면 어디든지 무조건 달려가겠다는 외침은 사랑과 관심에 관한 한 거짓말이라도 믿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고도 남는다.
유행가의 '무조건'과 달리 대선과 총선 로고송의 '무조건'은 국민 혹은 지역민 전체를 향한 다짐이었을 것이다.
총선이 치러진 지 사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넙죽 절을 하는 '당선 사례'도 끝나간다.'무조건 달려가겠다'고 부르짖은 당선자 모두 4년 내내 선거 유세 때의 그 간절했던 약속을 기억했으면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식당 주인은 밥상 망가진다며 질색을 했지만.그땐 다들 18번 서너 곡은 외우고 다녔다.마음에 드는 가요가 나오면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듣거나 '히트가요 500선'같은 노래집을 사서 악보를 보며 익히기도 했다.
그렇게 배운 노래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어쩌다 부를라치면 가사가 가물가물할 때도 있지만 입 속에서 몇 번 되뇌어 보면 곧 생각난다.지금은 제아무리 유행한 곡도 혼자 못부른다.
노래방 덕에 가사를 외우지 못하는 까닭이다.
나이 탓인가 했더니 젊은층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이런 마당에 저절로 배우다시피 한 노래가 있다.
가요 '무조건'(박상철)이 그것이다.
히트한 트로트답게 가사가 쉽고 곡도 흥겹다.'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께/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언제든지 달려갈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면/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당신이 나를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갈거야."
이 노래를 무심코 흥얼거리는 지경까지 이른 이유는 간단하다.
대선에 이어 총선 로고송(한나라당)으로 쓰이면서 하도 많이 듣다 보니 그만 입력이 된 것이다.
소리 크기에 상관없이 '유세 차량은 확성기 1대만 설치해야 한다'는 법 때문에 산지사방에서 온종일 큰 소리로 틀어놓은 결과다.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면서도 기억하게 된 데는 '무조건'이란 단어가 한몫 한 게 틀림없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어서 당신이 부르면 어디든지 무조건 달려가겠다는 외침은 사랑과 관심에 관한 한 거짓말이라도 믿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고도 남는다.
유행가의 '무조건'과 달리 대선과 총선 로고송의 '무조건'은 국민 혹은 지역민 전체를 향한 다짐이었을 것이다.
총선이 치러진 지 사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넙죽 절을 하는 '당선 사례'도 끝나간다.'무조건 달려가겠다'고 부르짖은 당선자 모두 4년 내내 선거 유세 때의 그 간절했던 약속을 기억했으면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