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 2070억 · 제이브이엠 136억 통화옵션 손실

기업들이 환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매입하는 '선물환'보다 더 무서운 외환파생상품은 '통화옵션'이었다.

환율 하락을 예상한 수출기업들이 너나 없이 선물환 계약에 나서다 보니 선물환 거래비용이 치솟았고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선물환과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유사상품(통화옵션)에 몰려들었다가 큰 화를 입게 됐다.선물환은 쌍방의무 계약이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관계없이 정해진 환율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예컨대 1년 뒤 1달러에 1000원을 받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한 경우 환율이 1달러 당 1100원이 되든 900원이 되든 무조건 1000원에 바꿔야 한다.

이에 비해 통화옵션은 두개의 '콜옵션'과 한개의 '풋옵션'을 섞어 만든 금융공학 상품이다.예컨대 900원을 하단선으로,1100원을 상단선으로 정한 뒤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경우 1년 뒤 1달러를 1000원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된 옵션 상품이다.

환율이 1달러당 910원으로 하락하면 계약을 행사해 1달러에 1000원을 받으면 되고,1달러가 1070원으로 오르면 옵션을 포기하고 시장환율로 환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매우 유리해 보인다.

문제는 환율이 상단선이나 하단선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에 생긴다.하단선인 9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옵션계약 자체가 사라져 환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반대로 상단선인 1100원 위로 올라가는 경우 계약액의 두 배에 해당되는 돈을 계약 환율로 강제 매도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엔진이 44억달러가량의 외화표시 수주잔액을 통화옵션 방식으로 환위험 헤지를 시도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양희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두산엔진이 1분기에 2070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본다"고 추산했다.

생산자동화 기업인 제이브이엠은 통화옵션으로 올해 1분기 136억원가량의 평가 손실이 났다.

대양금속과 IDH도 지난달 각각 111억원과 123억원의 통화옵션 관련 평가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