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이한구 추경 충돌

정부와 청와대,한나라당이 18일 첫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를 갖고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의견이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세계잉여금 4조9000억원으로 추경을 편성해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입장을 보인 반면 당은 잉여금을 국가 빚을 갚는 데 사용하고 대신 법인세 소득세 등 기업과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자고 팽팽히 맞섰다.

이 자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내수 부진 현상이 깊어지는 데다 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세계잉여금 4조9000억원을 추경예산으로 사용하길 희망한다"면서 "(당이 주장하는)감세 정책도 펼 수 있지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우리는 작고 알뜰한 정부를 주창해 왔다"며 "단기적 안목에서가 아니라 장기적 안목을 갖고 경제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장은 "잉여금은 국채 매입 등으로 국가 채무를 갚는 데 써서 금리를 인하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대량 실업이나 위급 상황에 한정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이)지난해 개정한 국가재정법을 어떻게 또 고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앞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추경 편성,혁신도시,학교 자율화 등 당ㆍ정 간 협의나 조율이 안 된 정책들이 발표되거나 잘못 알려져 국민 불편을 초래해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여당이 무조건 정부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고 우리는 뒤치다꺼리하는 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한승수 총리는 "지난 정권들이 초기에 지나친 경기 부양을 시도해 실패한 적이 있어 그런 우려를 하는 것을 잘 이해한다"며 추후 재론할 것을 제의,양측 간 논쟁을 일단락지었지만 정책 방향을 둘러싼 당ㆍ정 간 힘겨루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