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中애국주의의 함정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가 28일 외교통상부를 찾았다.

외교통상부 요청으로 방문한 닝 대사에게 이용준 차관보는 전날 서울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과정에서 일부 중국 청년들이 과격행동을 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닝 대사도 유감과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때마침 이날 중국에서는 중국인 학자 8명이 "비이성적인 애국주의가 중국의 발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들은 맹목적이고 편협한 반외자 정서를 배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편협한 애국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출한 것이다.

서울 성화 봉송 때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보여준 폭력은 이 같은 우려가 기우만은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애국주의 자체는 폄하될 수 없다.하지만 자신들과 뜻이 다르다고 돌을 던지고 발차기를 하는 모습은 청조 말기 집권세력인 서태후를 위시한 수구파 지원을 받으며 무차별적인 반외세 운동을 벌이다가 오히려 청조의 몰락을 재촉한 의화단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배타적인 애국주의가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까르푸가 지난 주말 베이징에 있는 전 점포 점원들의 유니폼과 모자를 베이징올림픽 로고와 오성홍기가 그려진 빨간색으로 바꾼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중국 언론에는 "까르푸에 대한 적의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한 까르푸 점원의 얘기가 실렸다.

까르푸는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계 유통업체지만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후원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중국 진출 10여년 만에 최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달라이 라마와 그의 동조자를 국가 분열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에서 커져가는 애국주의의 첫번째 희생물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중국 젊은이들이 보인 배타적 애국주의는 당국 검열을 거친 내용만을 가르치게 한 획일적인 교육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이번 사태는 중국이 글로벌 시대를 맞아 열린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