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패권시대] 제1부 (3) 차베스의 '사회주의 실험'

카라카스 시내의 대표적 쇼핑가인 사바나 그란데에서 만난 다니엘 레비즈씨(34)는 "실업자 신세에 정부가 빈집들을 매입해 무상으로 분배해 준 덕분에 번듯한 내 집을 갖게 됐다"고 자랑했다.

국영 슈퍼마켓 '메르칼(Merkal)'에서 마주친 라파엘 파티뇨씨(25)는 퇴근 길에 닭고기와 우유,과자 등을 한아름 안고 나왔다.그는 "정부가 직접 식료품을 사서 팔기 때문에 시중보다 20~30%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가 넘치는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21세기 사회주의 건설'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볼리바르 혁명'이다.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지휘하는 이 실험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서민층(인구의 80%)에 대한 무상지원으로 지지기반을 다지면서 시장에 대해 국가 통제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자원을 이용한 포퓰리즘 정치를 연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게 자원 국유화 조치다.

1999년 취임한 차베스 대통령은 재선 직전인 2006년 3월부터 자원 국유화를 강력히 추진했다.차베스는 석유법 개정을 통해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 32개 유전사업에 대한 계약을 바꿔 정부가 60% 이상 지분을 갖도록 지분을 조정했다.

아울러 석유판매 소득의 83%를 국고로 환수할 수 있도록 로열티와 세금을 대폭 인상했다.

이를 통해 하루 2000억원 이상 재정 수입을 확보하고 있다.이 돈으로 서민주택 100만채,국민차 공급사업,염가의 생필품 제공,무료 보건ㆍ의료ㆍ교육 사업 등을 펴고 있다.

주요 기간산업에 대한 국유화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차베스는 아르헨티나 철강회사인 테침이 대주주인 자국 철강회사 시도르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4개월째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아예 국유화로 선회한 것.이런 추세는 시멘트와 통신 전기산업의 국유화와 금융 항공분야의 국영기업 신설로 이어지고 있다.

차베스식 자원 국유화와 시장 통제의 부작용도 엄청나다.정회년 베네수엘라 한인회장(71)은 "차베스 대통령이 웬만한 사업은 다 국영화하고 생필품 가격까지 통제하는 바람에 경제가 엉망이 됐다는 비판도 많다"며 "이전에 비해 생산능력은 40~50%는 줄었고 시장의 자율기능이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카라카스(베네수엘라)=오형규생활경제부장(팀장),현승윤 차장,박수진,이정호,장창민,이태훈,김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