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주한미군사령관 "통일되면 손녀 '진희'와 DMZ 걷고싶어"

"다음 달 15일이 입양한 한국인 손녀 진희의 돌입니다.

돌잔치 생일상에 돈 연필 실을 놓을 건데 손녀가 돈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2년6개월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내달 3일 이임하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61)은 30일 미군 용산기지 내 하텔하우스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이임간담회를 갖고 "미국으로 돌아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아마 진희 생일 준비일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내달 4일 미군 전차훈련단이 있는 켄터키에 도착해 9일 전역식을 갖고 40년간의 군생활을 마감한다.

그는 "전역하자마자 아내 케이티와 함께 집이 있는 테네시로 가 진희 돌상을 다리가 휘어지게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벨 사령관은 아들 버웰 벡스텔 벨 4세(36) 부부가 지난 2월 당시 8개월 된 한국인 여자아이 진희를 입양해 할아버지가 됐다.

아들 부부는 아이를 갖지 못해 고민해 오다 아버지의 마지막 군 근무지인 한국에서 아이 입양을 결정했다.

벨 사령관은 진희 입양이 결정된 뒤 "손녀가 생겨 매우 기쁘고 큰 축복을 받았다.아들이 태어났을 때를 빼고는 가장 기쁜 일"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언제 통일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내가 61살이고 20년은 더 살 것인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통일되지 않겠느냐"면서 "한반도가 통일된 뒤 손녀를 데리고 지뢰 없는 비무장지대(DMZ)를 함께 걷고 싶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이날 한ㆍ미 동맹 강화에 기여하고 서울을 이해하고자 노력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벨 사령관은 군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세를 고쳐잡으며 원칙을 강조하는 군인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미 양국 대통령이 합의했듯이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병력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 사령관은 "한국군은 내가 경험한 어떤 나라의 군보다 강하다"며 "(그런 것에 비해) 한국인들의 군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벨 사령관의 후임은 월터 샤프 대장(56)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