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초점]봇물 터진 PR매도에도 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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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초점]봇물 터진 PR매도에도 끝은 있다하루는 무심히 흘러간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지구가 돌면서 계절이 바뀌고 밤낮이 돌아간다. 인간은 이런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했다. 해 뜨고 지는 날을 30개 전후로 나눠 12개의 달을 정했다.
수많은 날들 중 하나인 이날의 달력상 표기는 6월2일. 이날은 증시에서는 6월의 첫 거래일로 의미를 찾아볼 만 하다. 새로운 달이 시작된다는 설레임이나 희망, 혹은 6월 한달 간의 전망을 들여다보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 만한 날이다. 그런데 증시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여유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6월 첫 거래일에 장 초반부터 프로그램 매물이 무섭게 쏟아지고 있어서다.
2일 오전 11시7분 현재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은 3200억원이 넘는 매물을 토해내고 있다. 정규장이 시작된 지 두 시간이 갓 넘은 시점이건만, 많기도 하다. 선물시장에서 장 초반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2000계약 이상 순매도로 돌아선 것도 부담이다. 차익매물 출회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개 월초에는 경제지표들이 많이 발표되기 때문에 증시는 경제지표 수치에 따라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제지표들이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할 모양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강문성 애널리스트는 시장 분위기가 경제지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1분기나 4월 경제지표가 나왔을 때 둔감하게 반응했다는 지적이다. 지표들의 영향력은 줄어든 반면, 국내에서는 프로그램 매매의 위력이 당분간 클 것이라고 강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KOSPI200의 정기 종목 변경이 예정되어 있어 선물투자자들이 포지션 청산을 하며 매물을내놓을 가능성도 높은데, 최근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순차익잔고도 부담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KOSPI200 구성종목 변경 영향 외에도, 과거 우리 증시에서는 편입 여부와 상관없이 6월에는 동시 만기 전후로 청산된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당분간은 프로그램 중심 수급이 시장을 좌우하겠지만 6월말이 다가올수록 상황은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 내용이 증시에 미칠 영향력이 강해질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조정 시 매수하라는 조언도 많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변동성을 감안해 추격매수보다는 조정을 활용하는 저가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며 “주가가 하락하면 실적 우량 및 개선 기업들을 매수하라”고 권했다.
동부증권의 송경근 애널리스트도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는 아직 이르다며 단기 매매를 권고하면서 프로그램 매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형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6월의 첫 거래일임에도 프로그램에 끌려 다니는 불확실한 박스권 장세다. 그러나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속은 아니다. 실적시즌을 앞두고 어느 정도 끝이 예견되는 만큼 차분히 지켜보며 마음에 여유를 둬도 좋을 듯 하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