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외부감사는 규제가 아니다

주인기 < 연세대 교수·경영학 >

주식회사가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주식회사는 개인회사와는 달리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외부 이해관계자에는 소액주주를 포함해 돈을 빌려 준 금융회사 등 채권자,물품을 납품하는 업자,또 기업에서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물건을 사서 쓰는 소비자,기업들을 관리하는 정부기관,환경단체 등이 있다.

이들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시장경쟁원리가 순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다.

시장경쟁원리가 순기능을 발휘하게 하려면 그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에 대한 정보가 완전해야 하고 또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따라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완전해야 하고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제공하는 회계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은 원래 자발적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에 대해 알릴 필요성을 갖고 있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또는 외부로부터 물품을 외상으로 조달하기 위해,또는 품질이나 애프터 서비스에 대해 걱정하는 소비자에게 건실한 기업이니 안심해도 좋다는 점을 알리고 싶은 동기가 있다.

문제는 기업이 거짓말을 해도 외부 이해관계자는 잘 모른다는 데 있다.

기업의 내부 사정을 외부 사람들이 잘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기업이 거짓말을 해도 그 거짓말의 정도에 따라서는 상당 기간 외부 사람들은 모를 수밖에 없다.

거짓말을 해도 알 수 없다는 이러한 원천적인 불신 때문에 기업과 외부 사람들 사이에는 정보교환에 한계가 생긴다.

그리고 정보교환의 한계는 바로 자본시장의 비효율과 연결된다.

이러한 정보교환의 한계를 제거하고 신뢰성 있고 투명한 정보교환으로,자본시장의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바로 회계감사제도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8년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의 '회계 및 감사제도'는 55개 평가대상국 중 51위로 나타났다.

이런 수준으로는 우리 자본시장이 동북아의 금융허브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세계 11위 수준에 있다.

그러나 회계 및 감사제도로 평가되는 우리의 회계신인도는 경제력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결국 우리의 낮은 회계투명성이 우리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소기업의 외부감사로 인한 경제적,인적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외부감사 의무화 대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외부감사 의무화 대상을 현재의 자산규모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 보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외부감사에 대한 중대한 착오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첫 번째 착오는 외부감사를 받는 것을 규제로 생각하고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기업들은 내부 경영사정에 대해 외부에 유리한 면만 공시하고자 하는 원천적인 동기가 있다.

이런 동기를 제도적으로 관리해 기업에서 제공하는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외부감사제도다.

외부감사는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를 제고하기 위한 자본시장의 필수적인 요소다.

두 번째 착오는 중소기업의 경우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적으니 외부감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회계인프라가 매우 약하다.

현금흐름표는 물론이고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작성도 공인회계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따라서 공인회계사들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요즈음 힘들어하는 것이 외부감사 때문은 아닐 것이다.괜히 작은 일에 생색을 내고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이는 오히려 국력의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