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원부국

유창무 <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cmryu@kita.net >

지난달 한승수 총리의 자원외교에 민간사절단의 일원으로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다녀왔다.구소련의 변방이었던 이 지역은 최근 국제 유가 급등으로 관심의 중심에 서있다.카스피해에 접해있는 이들 3국은 석유,천연가스는 물론 금속광물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자원부국이다.이들 나라가 자원을 개발해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은 두말 할 나위없다.그 중에서도 투르크메니스탄은 이제 막 엄격한 통제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외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나라를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였다.주말을 이용해 수도 아쉬아바드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산업 시설과 항구를 돌아 볼 기회가 있었는데,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국토의 대부분은 사막 등 황무지로 개발의 여지가 많아 보였다.투르크메니스탄의 황무지를 내려다보면서 우리나라를 생각해보았다.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지하자원이 풍부한 축복받은 나라로 배웠다.돌이켜보면 금수강산은 맞을지언정 부존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순전히 그 시절의 기준이었던 것같다.

어쨌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요즘 카스피해 3개국과 우리나라의 처지가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경제의 앞날이 걱정되기도 했다.그러면서도 우리는 지하자원보다 훨씬 더 값지고 귀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부지런하고 역동적이며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뛰어난 국민이 우리가 아닌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무엇인가를 하려는 의욕과 열정이 있기에 시내는 늦은 밤까지 활력이 넘친다.부모들은 자식을 좀 더 교육시키고 잘살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학교로,학원으로 뛰어다니며 뒷바라지한다.몇 달을 기다려 전화기 한대를 설치하고 나서 행복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이제는 정보기술(IT) 선진국으로서 거의 모든 국민이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기술 진보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나다.무엇보다 50년이란 짧은 시간에 세계에 내로라할 경제를 일궈내고 자유가 만개한 나라로 만들지 않았던가.

부존자원이 없음을 아쉬워할 수는 있다.그러나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에게 이렇게 뛰어난 인적자원이 있어 희망이 있으며 자원부족의 문제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자원외교를 하는 것도,에너지 개발을 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말이다.그러기에 나는 우리나라를 자원부국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