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미만' 수출증명 담판 … 쇠고기 협상 중대 고비

16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이뤄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비공식 회동에서 미국이 30개월이상 된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지 않겠다는 업계의 자율결의를 정부차원에서 보증하는 방안과 관련된 수정안을 내놓음에 따라 한·미 쇠고기협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양국은 17일 오전 실무 차원의 기술협의를 가졌으며 오후(한국시간 18일 새벽)엔 장관급 회담을 열어 타결을 시도하고 있다.미국의 수정안이 '30개월 이상쇠고기 수출 금지'를 실효적으로 보증하는 내용이라면 협상이 조기에 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수정안이 한국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져 극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협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김 본부장과 한국 협상단은 18일 귀국길에 오른다는 계획으로 사실상 배수의 진을 쳤다.
○하루종일 협상

17일 협상 일정은 오전과 오후 두차례 잡혔다.

13,14일 열린 협상이 오후에만 각각 2시간,3시간30분 열린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타결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한 미 양국은 오전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한국 내 수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기술적 협의를 진행했고, 오후에는 실효적인 담보 방안에 대한 장관급 회담을 열어 타결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3차 협상이 하루 종일 진행되는 만큼 양측이 쟁점에 대한 이견을 상당폭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특히 귀국길에 올랐던 김 본부장을 미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 들이면서 정부 보증 방안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입장만을 고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여기에 유럽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 협상단에 최종적인 지침을 내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협상 타결 여부, 수정안에 달려

관건은 미국이 제시한 수정안이 어떤 수준이냐에 달렸다.

양국은 그동안 미국 정부 차원에서 민간 자율규제를 보증한다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구체적인 보증 방법에서는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구체적인 보증 방법으로 미국 정부가 한국행 쇠고기 수출작업장을 대상으로 물량 전체에 대해 30개월 미만인 사실을 점검.확인한 뒤 수출검역증을 발급하는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미국은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의 구속력 있는 보증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반된다는 점을 들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월령 표시 기간도 한국은 최소한 1년은 돼야 한다는 입장인 데 비해 미국은 최소한의 기간(120일)에 그쳐야 자국 업계를 설득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

미국의 수정안이 얼마나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동안 차선책으로 거론돼 왔던 방안, 즉 수출업계가 미국 정부에 수출증명(EV)을 요청하고 이를 정부가 행정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대안을 수정안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양측 간 이견이 크게 좁혀지게 되는 만큼 협상이 조기에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