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상처만 키우는 가구-합판 공방전

요즘 가구업계와 합판보드업계 간에 가구제작의 원재료인 수입산PB(파티클보드)에 대한 반덤핑 제소건을 두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동화기업 대성목재 성창기업 등이 회원사인 한국합판보드협회가 "동남아 수입산PB가 저가로 국내에 들어와 PB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무역위원회에서 최고 48%까지 반덤핑 방지관세를 부과해달라며 반덤핑 제소를 하면서부터다.이에 대해 한샘 리바트 에넥스 퍼시스 등 대형 가구업체와 대한가구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수입산PB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1만여 가구 제조업체가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가구업계는 최근 원자재값이 50%나 뛴 상황에서 수입산에 반덤핑 방지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부담이 늘어나 결국 제품 가격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PB업체가 전체 수요량의 50%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입산을 반덤핑 제소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가구업계의 비판에 합판보드협회도 역공에 나섰다.

협회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PB업계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대형 가구업체들은 지난해 200억원 이상의 경상이익을 냈다"며 "원자재값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가구업계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PB업계 관계자는 "PB가 가구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라며 "수입산에 반덤핑 방지관세가 20% 정도 부과되더라도 가구제품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이들 두 업계 간의 다툼은 이번만이 아니다.

1998년과 2003년에도 PB업계가 유럽산 PB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었으나 철회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PB업계 관계자는 "대화의 여지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유가와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렵다.

상대방의 흠집 들추기에 나설수록 상처만 커질 뿐이며 자칫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양 업계는 정말 모르는가.

김후진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