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사 먹을 권리 vs 안 먹을 권리

"어제 200㎏,오늘은 300㎏이 순식간에 다 팔렸습니다.

검역주권이 중요한 만큼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소비자 주권도 중요합니다."2일 서울 시흥동에 있는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 본사에서 만난 박창규 사장(한국수입육협회 임시회장)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전날 직영 정육점에서 시험판매한 미국산 쇠고기 200㎏이 다섯 시간 만에 동이 난 데 이어 이날도 역시 다섯 시간 새 300㎏이 매진됐기 때문이다.

전날에는 총리실에서 공관 소비용으로 12㎏을 주문해 택배로 부쳐줬다.이날 아침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00여통의 전화가 걸려올 만큼 박 사장과 직원들은 하루종일 전화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을 지경이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사고 싶다는 주문전화는 물론 대리점 개설 문의전화도 많았다.

주문은 대개 인근 아파트 주부나 소규모 정육점,음식점들이었고 지방에서도 문의가 많았다.직원들은 주문이 계속 몰려 점심까지 걸러야 했을 정도였다.

전화 받으랴,물량 확보하랴 분주한 박 사장은 "일부 잘못된 정보로 상황이 이렇게 된 거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사실 에이미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가 처음은 아니다.지난달 26일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된 직후 몇몇 수입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쉬쉬하며 팔았다.

하지만 에이미트가 공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 민주노총 등 반대세력의 타깃이 될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오후엔 민주노총 조합원 등 30여명이 에이미트 정육점으로 몰려왔다.

이들이 매장 안에까지 들어와 욕설을 퍼붓고 팔지 말라는 낭독문을 읽는 동안 에이미트는 한 시간 동안 가게문을 닫아야 했다.

한쪽에선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 걸려 죽는다고 여전히 선동하지만,침묵하는 다수 중에는 저렴한 쇠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분명한 사실은 미국산 쇠고기를 사러온 주부들에게 사먹지 말라고 강요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점이다.

장성호 생활경제부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