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충청도의 분노

'행복도시가 불행도시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라.'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예산 삭감에 대한 충청지역민들의 대응이 심상찮다.

최근 행복도시건설청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 행복도시 사업예산이 당초 계획(876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19억원으로 깎이자 충청지역 정치권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나서 연일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이완구 충남지사,정우택 충북지사 등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은 10일 '새정부 행복도시 추진방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제목의 공문을 공동명의로 작성,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에 전달했다. 이들 단체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 과학 문화 등의 기능을 추가해 행복도시를 자족적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해놓고 새정부 출범 140여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안 제시가 없다"고 주장했다.

충청권에 지역기반을 둔 자유선진당은 아예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난 8일 정부 예산 축소와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9일엔 충남 연기군 행복도시건설청을 찾아가 예산 삭감 경위를 따졌다. 특히 건설청 방문 때에는 심대평 대표를 비롯한 자유선진당 지도부 대부분이 동참,정부 압박 수위를 높였다.

물론 정부의 거시적인 정책운용 방향에 따라 당초 국책사업 계획이 일부 변경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청지역민 상당수도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계획 변경에 대한 의견 소통 과정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행복도시 건설의 경우 충청지역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인 점을 감안할 때 예산 삭감 등의 조치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은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유세 때는 물론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행복도시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왔던 터다.

'미국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스스로도 인정한 '국민과의 소통 부재' 가 행복도시에서도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백창현 사회부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