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디자인의 힘! 경제를 살리다
입력
수정
이탈리아 토리노와 독일의 베를린은 '공공디자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두 도시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침체된 지역의 산업을 부활시키고 비무장지대를 세계적인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시켰다. 토리노는 1980년대 후반 지역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자동차산업을 타 지역으로 옮기면서 도시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부숴야할 건물을 공공디자인을 통해 도심 명물로 재탄생시켰다. 베를린은 통일 전 베를린 장벽이 있던 비무장지대를 주거 상업 문화가 어우러진 신도시로 개발해 경제의 중심지로 발돋움시켰다. 두 도시 모두가 도시 전경에 디자인을 접목함으로써 이뤄낸 결과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한국디자인진흥원(원장 이일규) 주관으로 공공디자인 선진사례 답사 현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토리노시 도심디자인센터 총감독 파울로 베리는 "공공디자인은 지역주민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쇠락하는 도시를 공공디자인으로 되살려
이탈리아는 통일 150주년을 맞는 2011년까지 1차 완공을 목표로 11개 지역에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 WDC(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된 토리노시는 더욱 적극적이다.
토리노는 시 전역에서 건물 전체에 대한 개조에서부터 가로등에 자전거 주차장치를 부착하는 것까지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펴고 있다.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이미 약 75억유로(약 12조원)를 투입했고 내년부터 2011년까지 추가로 5억유로(8000억원)를 투자한다. 토리노가 이같이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지역산업 쇠퇴에 대한 대안을 공공디자인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자동차산업이 타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도시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WDC 운영본부장인 파올라 지니는 "자동차 산업의 이전은 사업 목적의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지역 경제의 후퇴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돌파구를 찾던 토리노 시 정부는 1990년대 초 오랜 건물을 활용해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 아래 도시 디자인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공업역사를 증언하는 전통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를 개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피아트자동차 공장건물을 쇼핑센터와 공연장 및 공원으로 바꾼 '링고토(Lingotto.상자)'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1996년부터 2006년까지 토리노를 찾은 관광객은 연 평균 60%씩 증가했다.
이는 토리노가 속해 있는 피에몬테주의 경제도 같이 성장했다. 도심디자인센터의 파울로 베리 감독은 "피에몬테주 전체 산업의 생산능력이 약 10% 늘어났다"며 "제조업이 침체되더라도 디자인 문화산업 등을 통해 경제기반을 튼튼히 하는 힘은 공공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비무장지대를 경제의 중심지로 옛 동독의 수도였던 동베를린 시내 중심지에는 신도시 포츠다머 플라츠에는 높이 100m가 넘는 빌딩 두 개가 마주보고 서 있다. 왼쪽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사가 세운 산업,문화 복합공간의 크라이슬러 타운이 있고,오른쪽에는 독일철도청(DB) 건물을 둘러싼 복합공간인 소니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일대는 1989년 독일 통일 전에는 베를린 장벽이 있던 비무장지대였다. 베를린 주 정부는 51만㎡ 규모의 비무장지대 일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놓고 도시디자인 전문가들과 3년간의 지루한 논의 끝에 23만㎡의 부지에 주거와 업무가 가능한 복합기능 신도시를 세우기로 했다. 포츠다머 플라츠에는 지금도 공원과 문화시설이 조성되는 등 공공디자인 개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05년 완공 때까지 15년간 포츠다머 플라츠 신도시 개발에 54억3000억유로(약 7조4800억원)가 투입됐다.
도시 디자인 계획을 세울 때 투자자들은 업무시설만을 고집했지만 주 정부는 업무 50%,상업 20%, 주거 20%, 문화 10%로 도시기능을 배분했다. 시 관계자는 "이는 다목적으로 도시를 이용할 수 있어야 관광 문화산업이 연계해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건축 고도제한인 높이 35m를 풀어주고 용적률도 300%에서 500%까지 완화해 주는 등 기업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면서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벤츠 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유럽본부를 이전해왔고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베를린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2003년부터 포츠다머 플라츠로 옮겨 개최하는 등 이곳을 문화도시로 바꾸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베를린(독일)=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한국디자인진흥원(원장 이일규) 주관으로 공공디자인 선진사례 답사 현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토리노시 도심디자인센터 총감독 파울로 베리는 "공공디자인은 지역주민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쇠락하는 도시를 공공디자인으로 되살려
이탈리아는 통일 150주년을 맞는 2011년까지 1차 완공을 목표로 11개 지역에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 WDC(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된 토리노시는 더욱 적극적이다.
토리노는 시 전역에서 건물 전체에 대한 개조에서부터 가로등에 자전거 주차장치를 부착하는 것까지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펴고 있다.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이미 약 75억유로(약 12조원)를 투입했고 내년부터 2011년까지 추가로 5억유로(8000억원)를 투자한다. 토리노가 이같이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지역산업 쇠퇴에 대한 대안을 공공디자인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자동차산업이 타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도시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WDC 운영본부장인 파올라 지니는 "자동차 산업의 이전은 사업 목적의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지역 경제의 후퇴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돌파구를 찾던 토리노 시 정부는 1990년대 초 오랜 건물을 활용해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 아래 도시 디자인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공업역사를 증언하는 전통 건물의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를 개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피아트자동차 공장건물을 쇼핑센터와 공연장 및 공원으로 바꾼 '링고토(Lingotto.상자)'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1996년부터 2006년까지 토리노를 찾은 관광객은 연 평균 60%씩 증가했다.
이는 토리노가 속해 있는 피에몬테주의 경제도 같이 성장했다. 도심디자인센터의 파울로 베리 감독은 "피에몬테주 전체 산업의 생산능력이 약 10% 늘어났다"며 "제조업이 침체되더라도 디자인 문화산업 등을 통해 경제기반을 튼튼히 하는 힘은 공공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비무장지대를 경제의 중심지로 옛 동독의 수도였던 동베를린 시내 중심지에는 신도시 포츠다머 플라츠에는 높이 100m가 넘는 빌딩 두 개가 마주보고 서 있다. 왼쪽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사가 세운 산업,문화 복합공간의 크라이슬러 타운이 있고,오른쪽에는 독일철도청(DB) 건물을 둘러싼 복합공간인 소니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일대는 1989년 독일 통일 전에는 베를린 장벽이 있던 비무장지대였다. 베를린 주 정부는 51만㎡ 규모의 비무장지대 일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놓고 도시디자인 전문가들과 3년간의 지루한 논의 끝에 23만㎡의 부지에 주거와 업무가 가능한 복합기능 신도시를 세우기로 했다. 포츠다머 플라츠에는 지금도 공원과 문화시설이 조성되는 등 공공디자인 개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05년 완공 때까지 15년간 포츠다머 플라츠 신도시 개발에 54억3000억유로(약 7조4800억원)가 투입됐다.
도시 디자인 계획을 세울 때 투자자들은 업무시설만을 고집했지만 주 정부는 업무 50%,상업 20%, 주거 20%, 문화 10%로 도시기능을 배분했다. 시 관계자는 "이는 다목적으로 도시를 이용할 수 있어야 관광 문화산업이 연계해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건축 고도제한인 높이 35m를 풀어주고 용적률도 300%에서 500%까지 완화해 주는 등 기업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면서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벤츠 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유럽본부를 이전해왔고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베를린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2003년부터 포츠다머 플라츠로 옮겨 개최하는 등 이곳을 문화도시로 바꾸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베를린(독일)=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