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부드러운 세무공무원…음악으로 소통하지요"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

지난 15일 저녁 서울 신촌의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은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릴 빅 이벤트로 술렁거렸다.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냐고.물론 아니다. 이날 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주인공은 국세청합창단.이들의 제5회 정기연주회를 보러 온 700여명의 관객들은 새로운 레퍼토리가 나올 때마다 어깨를 으쓱거렸다. 관객 중에는 한상률 국세청장과 김갑순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모습도 보였다. 합창단은 '사랑해도 될까요' 등 인기 가요에서부터 '문 리버(Moon River)''라밤바(La Bamba)' 등 팝송까지 친숙한 곡들을 멋진 하모니로 녹여냈다. 특히 2부에서 선보인 장윤정의 '어머나'는 열대야를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날 공연은 무료 관람이었지만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세무공무원들의 합창에 매료된 관객들이 선뜻 주머니를 열면서 불우이웃돕기 등에 쓰일 사회공헌기금 400만원을 즉석에서 모금하기도 했다.

합창을 좋아하는 세무공무원들의 동호회인 국세청합창단이 왕성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합창단은 2001년 결성될 당시 강남구청역 인근에 있는 한국남성합창단 연습실을 빌려 연습하던 소규모 모임이었다. 하지만 2002년 직장인 합창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그해 10월 종로구 청진동길에 국세청 신청사가 준공된 것을 계기로 연습 무대를 본청으로 옮겼다. 이후 2003년부터 매년 정기 연주회를 여는 등 현재까지 20회에 달하는 연주회를 소화했다. 2004년에는 KBS 열린음악회에 출연했으며 2005년에는 제1회 중앙부처 '소리사랑' 동호인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국세청합창단은 40여명의 단원들 모두가 비음악 전공인들로 이뤄져 있다. 그야말로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열의만은 누구 못지 않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본청에서 진행되는 연습 시간에는 인천ㆍ남양주ㆍ이천 등에서 근무하는 단원들까지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국세청 조사국 국제조사과의 이준씨(테너)는 "수도권 단원들의 경우 연습에 나오려면 동료 눈치를 봐야 하는 데도 매주 전체 출석률이 90%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합창단은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제5회 연주회부터 악기를 첫 편성해 구미세무서의 김민지씨(플룻)와 북전주세무서의 신현숙 운영지원과장(색소폰) 등이 멋진 연주 솜씨를 뽐냈다. 이선이 모스크바 이폴리토프-이바노프 국립음대 교수(바이올린)와 계명선 이화여대 교수(피아노) 등 전문 연주가들도 초빙해 관객들에게 한층 알찬 공연을 선사했다.

합창단장을 맡고 있는 임성균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세무공무원들이 합창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에 일반인들이 많이 놀라는 것 같다"며 "합창단은 '섬기는 세정'에 나서고 있는 국세청의 훌륭한 홍보대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