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자금부담 우려로 매수청구 제한‥지주사 무산땐 6개월후 재추진

국민은행이 16일 지주사 전환의 조건으로 '매수청구권 행사주식이 발행주식의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시한 것은 주식매수에 따른 엄청난 자금 부담 때문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재산 손실을 은행이 모두 보전해 줄 능력이 없고,매수청구 주식을 매입하는데 막대한 현금이 지출될 경우 은행의 성장잠재력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에 매수청구 주식이 많아 지주사 전환이 무산된다면 매수청구권 가격을 조정해 6개월 뒤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KB금융지주의 황영기 회장 내정자 및 김중회 사장 내정자의 자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BIS비율 감안했다"

현재 국민은행의 총발행주식수는 3억3637만여주.지주사 전환에 따른 매수청구권 가격은 6만3293원으로 매수청구 주식수가 30%에 이를 경우 국민은행은 주식을 사들이는데 6조3800여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국민은행이 제시한대로 매수청구 주식수가 15%에 머문다 하더라도 국민은행이 투입해야 하는 자금은 3조1900여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자금 여력 측면에선 매수청구 주식이 많더라도 충분히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현금을 쓰면 핵심 재무건전성 지표인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BIS 비율은 12.30%이지만 매수청구 주식수가 15%만 되더라도 이 비율이 10% 이하로 하락하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건전성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주주들의 매수청구에 응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15%인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에 2조원 투입여력

국민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기로 했다. 우선 황영기 회장 내정자와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투자설명회)를 열어 최근의 주가 하락이 국민은행 내부 문제가 아닌 글로벌 금융시장 문제임을 설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연간 3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올리는 탄탄한 수익창출 구조를 강조함으로써 장기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다음 달 중순까지 주가흐름을 봐서 필요하면 자사주 매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안팎에선 BIS 비율이 일시적으로 8%대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민은행이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1조∼2조원(발행주식의 5∼1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에 지주 전환 무산되면

국민은행은 이번에 지주 체제 전환이 무산되더라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회사인 국민은행은 미국증권위원회(SEC)의 규정 등을 맞추려면 6개월 단위로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영기 회장 내정자 및 김중회 사장 내정자 자격은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유지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및 이사회 등을 모두 거쳤기 때문에 다시 이 같은 과정을 밟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 내정자 및 김 사장 내정자는 경영고문이나 지주사추진위원장 등의 직책을 가지면서 국민은행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