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고경위 말 바꿨다 … 도망치는 박씨에 3발 조준사격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과 관련,북측이 사건 당일 현대아산 측에 밝혔던 사고 경위와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현장 방문을 통해 파악한 내용이 상당 부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윤 사장은 16일 서울 계동 현대아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씨의 호텔 출발시간을 비롯해 사격횟수와 피격지점,사망시간 등이 당초 북측이 설명했던 내용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이와 관련,박씨가 알려진 것보다 13분 일찍 호텔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박씨가 납득하기 어려운 속도로 이동했다는 의혹을 풀 실마리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북측은 윤 사장에게 경고사격을 포함,3발이 아닌 4발의 총을 쐈다고 주장해 총성 2발만을 들었다는 사건 목격자들의 증언과는 크게 엇갈려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윤 사장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총괄하는 북한 명승지개발지도국 측은 사건 당시 초병이 도망치는 박씨에게 공포탄 1발을 쏜 뒤 3발을 조준사격했다고 북한군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가 호텔을 나선 시각은 호텔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오전 4시18분으로 파악됐으며 당초 알려진 시각(4시31분)보다 13분 이른 때였다"며 "CCTV에 설정된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빨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북한군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병이 박씨를 처음 목격한 장소는 통제선으로부터 북한 영내로 800m 진입한 곳이고 시각은 4시50분이었다"며 "박씨는 빠른 걸음으로 초소 인근 기생바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북측은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병은 접근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섯! 움직이면 쏜다'고 세 차례 제지했으며 박씨가 황급히 뒤돌아 해안가를 따라 뛰어가자 공포탄을 쏜 뒤 멈추지 않아 조준사격을 했다는 게 북측의 조사내용"이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박씨가 총에 맞아 숨진 지점은 통제선으로부터 300m 떨어진 곳이며 시간은 오전 4시55분에서 5시 사이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박씨를 발견하고 쫓아갔던 초병은 1명이었으며 박씨가 피격된 이후 2명의 초병이 추가로 현장에 나와 사고를 파악한 걸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이 사건 발생 이후 4시간이 지나 현대아산에 관련 사실을 알려온 것은 박씨가 관광증을 포함해 신원을 확인할 만한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북한 명승지개발지도국 측은 해명했다"고 전했다.

윤 사장은 "사건 당일 최초 보고와 이번 방문기간에 파악한 사건 경위가 차이나는 것은 초동 보고가 정확한 현장 조사나 실측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라 북측 관계자 및 우리 직원들이 눈으로 대략 가늠한 결과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