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이 경쟁력" CSR 확산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와 관련된 조직을 신설하고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새로 마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UN,OECD(경제협력개발기구),ISO(국제표준화기구) 등 국제기구들이 CSR 관련 지침을 강화하면서 CSR가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ISO는 '기업의 포괄적인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기준 'ISO 26000'을 제정해 이르면 2010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ISO 26000을 요구하는 국가나 기업이 늘어나면 원만한 노사관계,인권 및 환경보호,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등에 무심한 기업들의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 맞추자' 확산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국내외 CSR 추진조직 운영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200대 기업의 70.6%가 윤리,준법,상생협력,환경,사회공헌 등 CSR를 추진하는 실무조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계적인 CSR 활동을 위해 기업 내에 CSR와 관련된 위원회를 설치한 기업도 47.1%에 달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매출 200대 기업 중 85개사가 참여했다.

양세영 전경련 사회협력본부장은 "올해 초부터 전경련이 주축이 돼 CSR 운동을 펼친 이후 CSR 관련 조직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CSR 활동을 전사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CSR를 강화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현대.기아자동차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연 인원 1000명 규모의 해외 대학생 봉사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민간 해외 봉사단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등 생활 여건상 해외에 나가기 힘든 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한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추진하는 CSR 캠페인의 9개 과제 중 하나인 '글로벌 사회공헌'을 실천하기 위해 대규모 해외 봉사단을 꾸리게 됐다"며 "향후 혁신.자립형 중소기업 육성,기후변화협약 대응 등 다양한 CSR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T,SK텔레콤,삼성SDI,하이닉스반도체 등도 최근 사내에 전사의 CSR 활동을 총괄하는 'CSR 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인력을 늘리는 등 'CSR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계획과 연계된 전략 수립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CSR 활동이 과거에 비해 정교해졌지만 선진 글로벌 기업처럼 기업의 특성과 CSR를 연결시키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체계적인 CSR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 기업으로 코카콜라를 들었다.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의 이미지에 맞는 '물 사용' 및 '하천 보호'와 관련된 활동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 등 세계 4대 하천의 오염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화이자는 직원들을 3~6개월간 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남미 등으로 파견해 건강과 관련된 현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게 하는 '글로벌 헬스 펠로' 프로그램을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기업 이미지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직원들에게 해외 체험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다. 일본 소니는 CSR 경영을 납품업체까지 확장했다. 4000여개의 소니 하청 업체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CSR 협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물건을 납품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