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日 '쿨 재팬'에 맞설 한류(韓流)대책 있나

일본 정부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자국기업들이 일본 문화를 곧바로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패션 만화 등 이른바 '쿨 재팬(Cool Japan)'으로 불리는 일본 문화를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일본 경제산업성 자문기구인 산업구조심의회는 '아시아 소비트렌드 지도'를 작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중국 상하이시에 사는 20~3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패션잡지나 브랜드가 무엇인지 등 아시아 각 지역을 대상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연령대, 소득계층별로 분석해 기업들이 상품개발이나 영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문화산업을 키우기 위한 일본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이런 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한류 바람이 일어나면서 의기양양했던 우리가 과연 돈 되는 사업기회를 얼마나 창출(創出)했는지 되돌아보면 반성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치밀한 후속전략을 강구하기보다는 표면에 드러나는 것 자체에 흥분했던 측면이 강했다. 그 바람에 상대국가의 의심과 견제를 사기도 했고, 결국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한류가 일회성으로 끝나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국내 문화시장은 급속도로 외국에 잠식당하고 있다. 일본이 만든다는 아시아 소비트렌드 지도에 우리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들은 지금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거의 몰입(沒入)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 아이들이 커서도 일본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다간 전체 시장을 다 내줄 판이다.

정부는 문화산업을 키우기 위한 콘텐츠코리아 비전을 곧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화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정말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전략으로 나갈 경우도 일본이 구상하고 있는 것처럼 해외 소비자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금은 문화 경쟁력의 시대다. 문화가 국가 브랜드로 이어지고, 새로운 신규사업을 창출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문화산업은 문화체육관광부만의 일이 아니다. 범부처적인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벗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