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시장 다시 '인하우스' 시대

4대그룹 계열 광고사 10년만에 재격돌
LG,HS애드 인수…4대그룹 계열 광고사 재격돌

LG의 광고사업 복귀로 국내 광고시장은 다시 '인하우스 에이전시(계열사 광고를 전담하는 광고회사)'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 5월 SKM&C의 등장에 이어 LG그룹까지 인하우스 설립에 동참,국내 광고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그룹 구조조정 1순위였던 인하우스의 재설립 붐은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확대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브랜드와 신제품을 연계,일관되고 효과적인 광고 마케팅을 펼치는데는 그룹 사정에 정통한 인하우스가 유리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광고시장에서 4대그룹 대결

LG가 6년 만에 광고회사를 되찾아오면서 국내 광고시장은 대기업 계열의 인하우스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LG와 LG전자,LG화학,LG텔레콤 등 주요 LG계열사의 2000억~2500억원에 달하는 광고 및 전략적 홍보 행사물량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기획은 삼성 계열의 광고를 기반으로 국내 광고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의 글로벌 광고물량까지 수주,지난해 매출액(취급액기준)이 2조원을 웃돌았다.

2005년 설립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이노션 역시 설립 첫해부터 연간 2000억원이 넘는 현대.기아차의 광고를 싹쓸이하는 동시에 범(汎) 현대가와 신한은행 등 굵직한 광고 물량까지 소화하면서 단숨에 광고업계 2위(2008년 상반기 기준)로 올라섰다. 1998년 자회사인 태광멀티애드를 외국계 광고회사인 TBWA사에 넘겼던 SK는 지난 5월 SKM&C를 설립하면서 광고시장에 복귀한 상태다. 비록 출범 4개월째를 맞은 신생 회사지만 SK텔레콤과 SK에너지 등 대형 계열사들의 물량 집중이 예상돼 이미 광고업계 5위권내 진입을 예약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LG의 광고업 진출로 업계 선두인 제일기획을 비롯해 이노션,HS애드,SK M&C 등의 4대그룹 인하우스들이 국내 광고업계를 장악하게 됐다"며 "앞으로 일반 광고물량까지 4대그룹 계열의 광고사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왜 인하우스인가외환위기를 전후로 그룹내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인하우스들은 속속 외국계 광고회사로 팔려나갔다. 그룹 계열사 광고물량을 편하게 수주하다 보니,창의성이 떨어져 광고 마케팅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난이 안팎에서 제기된 결과다. 이에 따라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국내 10대 광고회사중 제일기획(삼성),대홍기획(롯데),오리콤(두산)을 빼고는 외국계와 독립 광고대행사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외국계 광고회사 국내 진출 후 풍부해진 광고 전문인력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광고 마케팅' 수요 등으로 인하우스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보안문제도 인하우스 설립 붐에 한몫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출시에 앞서 광고를 해야 하는데,외부 광고대행사에 1급 비밀에 속하는 신차 정보를 어디까지 줘야 하는지가 가장 큰 딜레마였다"고 말했다.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광고회사를 직접 설립,그룹 외형을 넓히려는 것도 국내에 인하우스가 잇따라 등장하는 이유다. 롯데의 대홍기획,한화의 한컴,대상의 상암커뮤니케이션 등은 그룹 계열사의 광고물량을 바탕으로 업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