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로턴다홀에는 로턴다가 없다

막 임기를 시작한 18대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4년간 가장 많이 찾을 곳 중 하나가 국회 본관 중앙에 자리잡은 '로턴다홀'이다.

본회의장 등 주요 회의장에 가려면 필히 거쳐야 하는 데다 지난 17일 제헌 60주년 기념식 등 주요 행사도 이 곳에서 치러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런 중요한 장소의 이름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외국어인 데다 그 뜻도 실제 장소의 모습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턴다(rotunda)'는 서양 건축에서 둥근 천장이 있는 원형 홀이나 원형 건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천장은 둥글지만 홀은 직사각형의 형태를 띠고 있는 국회 로턴다 홀은 엄밀히 말해 로턴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축에 이 같은 양식을 처음 도입한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건축가 팔라디오(Palladio Andrea 1508~1580)의 '로턴다 별장'을 비롯해 미국 의회나 미 버지니아 주립대의 로턴다에 이르기까지 '로턴다'로 이름 붙여진 장소는 모두 원형이다. '로턴다'라는 단어자체에 홀이라는 뜻이 있어 '로턴다 홀'은 '역전 앞'과 같은 동어반복인데도 우리 국회는 '로텐더 홀'로 부르고 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976년 제작된 국회의사당 건립일지에서부터 로턴다 홀로 설명이 돼있는 등 미국 의회에 있는 로턴다 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 온 것으로 안다"면서 "국회 사무처 내에서도 일부 부서는 '중앙홀'로 고쳐 부르고 있으나 통상적으로 로턴다 홀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