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스 퀸' 신지애 앞에 여제도 무릎 꿇었다

브리티시女오픈 최연수 우승…日 선수 제압

여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까지 신지애(20·하이마트·PRGR)는 단독 2위였다. 이례적으로 선두는 일본의 후도 유리(32),3위도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23)였다. 세 선수는 1타차로 1~3위를 달리고 있던 데다,공동 4위로 내려가서야 미국 선수들인 크리스티 커와 줄리 잉스터가 있었기 때문에 신지애로서는 우승을 기대해볼 만했다. 그 기대는 마침내 현실이 됐다. '역전승의 명수''파이널스 퀸(finals queen)' 신지애는 두 일본 선수를 제치고 미국LPGA투어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렸다. 그것도 대회 최연소 챔피언이다.

4일(한국시간) 영국 버크셔의 서닝데일골프장(파72·길이 6408야드).7년 전 박세리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했던 곳이다. 그 박세리를 모델로 삼아 골프선수가 된 '박세리 키즈'의 일원 신지애는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치며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역전승을 이뤘다. 맥도날드LPGA챔피언십 우승자 청야니(대만)를 3타차로 따돌린 완승이었고,후도를 4타차 공동 3위로 밀어낸 짜릿한 역전우승이었다. 우승상금은 31만4000달러(약 3억1500만원).

US여자오픈 챔피언 박인비(20·SK텔레콤)에 이어 한국 선수의 시즌 메이저 2승을 일군 신지애는 박세리 박지은(29·나이키골프) 장정(28·기업은행) 김주연(27) 등에 이어 한국인 여섯 번째 메이저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 한국 선수 우승은 박세리,장 정(2005년)에 이어 세 번째다. 평소 "국내에서 상금왕을 3연패한 뒤 2009년 미LPGA투어로 가겠다"고 했던 신지애는 그 말대로 내년 미LPGA 투어카드를 손에 넣어 세계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최종라운드는 한국이나 일본투어로 착각할 정도로 아시아 선수들 판이었다. 챔피언조의 신지애는 지금까지 치렀던 수많은 대회에서처럼 홀을 더할수록 침착하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신지애가 승부에 쐐기를 박은 곳은 13번홀(파3).길이 182야드로 결코 만만치 않은 이 홀에서 신지애는 티샷을 홀에서 10여m나 떨어진 곳에 떨구었으나 그 버디퍼트를 거짓말처럼 홀속으로 집어넣었다. 주먹을 불끈 쥔 신지애의 표정은 우승을 확신하는 듯했다. 신지애의 기세 앞에 후도는 2m 버디기회를 살리지 못했고,신지애와 타수차는 3타로 벌어져 승부는 그대로 굳어졌다.

이번 대회에 마지막으로 출전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최종홀 버디를 포함해 4타를 줄였지만 공동 24위에 머물렀다. 로레나 오초아는 "신지애가 경탄스럽다"며 "실력을 더 가다듬어서 아시아 선수들을 상대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했고 잉스터는 "아시아 선수들의 약진을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신지애 인터뷰] "마지막 홀까지 너무 떨려…내년 미국 진출"

미국 LPGA투어 첫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신지애는 "솔직히 마지막 홀에서 너무 떨렸고 눈물이 날 뻔했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난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신지애는 우승 후 공식 인터뷰에서 서툴지만 직접 영어로 답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소감은.

"마지막 홀까지도 너무 떨렸다. 서닝데일에 왔을 때 몸이 안 좋았는데 4일 동안 경기 하면서 컨디션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붙었다. 오늘은 드라이버,아이언,퍼팅 등 모든 게 다 잘 됐다. "

―언제 우승을 예감했나.

"15번홀부터 18번홀까지 네 홀이 어렵기 때문에 18번홀 마지막 퍼팅을 끝낸 뒤에야 우승을 확신했다. 어젯밤 잠을 자지 못했고,너무 떨려서 하루종일 찬송가와 성경 말씀을 들었다. 한국에서 막판 역전 우승을 많이 해서 별명이 '파이널스 퀸(finals queen)'인데 뒤집기 우승에 성공했다. "

―언제 골프를 시작했는가.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14세 때 핸디캡이 거의 제로였다. 골프를 하기 전에는 양궁을 조금 했다. "―내년 미국 LPGA투어에 진출할 것인가.

"당초 일본에서 2년 더 뛴 뒤 미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미 LPGA투어 멤버로 가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내년에 미국 무대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